질의서에 국제기준 반영 의사 담겨
조만간 금감원 연석회의 열어 결론
[서울=뉴시스]권안나 우연수 기자 = 삼성생명이 이른바 '일탈회계' 논란과 관련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부합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연석회의를 열고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기준에 대한 공식 질의회신을 확정할 예정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최근 금감원에 생명보험사의 일탈회계와 관련된 질의서를 제출했다.
질의서에는 생보사들이 금감원이 요구하는 국제회계기준을 따를 의사를 밝히되, 기존 회계 처리 역시 2022년 금감원의 질의회신에 따른 행정조치에 근거해 이뤄진 만큼 회계상 '일탈'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시가 약 30조원)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삼성생명은 1980~1990년대 판매한 유배당 보험 상품의 운용자산으로 해당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금을 보험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처리해왔는데, 2023년 새 회계기준 IFRS17이 도입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IFRS17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팔 계획이 없을 경우 해당 항목은 '자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회계처리와 다른 측면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예외적으로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를 허용했다.
일부 시민단체 등은 올초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생명 지분율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분리)상 한도를 초과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해당 항목을 '보험부채'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내부 검토를 거쳐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후 열린 국정감사와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등에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정립해야 한다"며 후속 조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금감원은 이 원장의 방침에 따라 질의회신 형태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회신 절차는 회계감독국 실무 검토를 거쳐 외부 전문가 9명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통해 확정된다.
다만 일반회계상 생보사들의 일탈회계 적용을 중단하더라도, 감독회계에서는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현행대로 유지해 일반·감독회계를 분리하는 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생명의 일탈회계를 두고 금융당국 내에서는 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금감원이 IFRS17 원칙에 맞춘 정비에 속도를 내는 반면, 금융위원회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생명 회계처리 문제를 회계 기준의 원칙에 따라 정비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전문가나 이해관계인,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가 금감원의 연석회의에 앞서 '생보사 일탈회계 간담회'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회계기준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금융위는 현재 해당 간담회를 잠정 연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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