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2% "자사주 소각 의무 반대…경영 유연성 악화"

기사등록 2025/11/12 12:00:00 최종수정 2025/11/12 12:46:24

대한상의, 기업의견 조사 결과

"주가 부양에 악영향 있을 것"

"소각 대신 처분 공정화 바람작"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경제계가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조항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무적 소각이 오히려 경영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주가 안정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사주 보유 기업 62.5%, '소각 의무화' 반대
12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관련 기업의견 조사'에 따르면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이어 '중립적 입장’은 22.8%, '도입에 찬성'한다는 14.7%에 그쳤다. 또 현재 발의된 개정안들은 향후 취득하는 자기주식뿐 아니라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 소각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응답기업의 67.6%는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 소각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응답기업들은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으로 '사업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 불가'(29.8%), '경영권 방어 약화'(27.4%) 등을 꼽았다.

특히 '자기주식 취득 요인 감소해 주가부양 악영향'(15.9%) 응답도 높게 나왔다.

상법 개정은 주주가치 환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되면 결국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유인이 약화해 결과적으로 취득에 따른 주가부양 효과가 사라져 주주권익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의견이다.

실제로 응답 기업의 60.6%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입법화되면 자사주 '취득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각에 의한 단발적 주가 상승 기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반복적인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주가부양 효과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 많지 않아…자사주 처분 공정화 만으로 충분
기업들은 또 국외에도 자기주식 보유규제를 두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자기주식 소각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자기자식 보유 비율이 자본금의 10%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은 3년 이내 처분해야 하고 기한 내 처분하지 못하면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영국·일본 시총 상위 30위 기업 중 58개사(64.4%)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평균으로 비교한 경우에도 미국(24.54%), 일본(5.43%), 영국(4.93%)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 비중(2.95%)이 적었다.

경제계는 소각이 아니라 처분 공정화만으로도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일부 대주주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악용한 사례로 논란이 일었다.

현행법상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제삼자에게 넘기면 의결권이 부활해 우호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주주의 의사에 반해,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자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79.8%는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지 않는 대신 '신규취득 자기주식에 대한 처분 공정화'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신주발행 시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삼자 배정을 허용하는데, 자기주식 처분도 이에 준해 제삼자에 대한 처분을 인정하자는 취지이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기업의 자의적인 제삼자에 대한 자기주식 처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소각 의무화보다는 처분 공정화에 방점을 두면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등을 위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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