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베 전 총리 첫 ‘대만 유사’ 발언에 中외교부 “불에 타 죽을 것”
국책연구원 “대만·일본 안보이익 결합 시도, 3가지 측면 법 경계 넘어”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 “강력하게 경고해야지, 예를 갖춰선 안돼”
[서울=뉴시스]구자룡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사태는 일본 유사사태’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만에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과 일본이 군사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21년 12월 1일 처음 나왔다.
아베 전 총리는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의 화상 연설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침범은 지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일본 국토에 중대한 위험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며 “대만의 유사(有事·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는 일본의 유사이며 일·미 동맹의 유사”라고 말했다.
발언이 나온 날 저녁 중국 외교부 화춘잉 부장조리(차관보급)는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주중 일본대사를 만나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고 공공연히 중국의 주권에 도발하며 대만 독립 세력을 지지했다”고 엄중히 항의했다.
화 부장조리는 “잘못된 길로 점점 더 멀리 나가면 반드시 불장난을 하다가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그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인민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직접 전달한 것이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 태평양 연구실의 샹하오위 연구원은 11일 관영 글로벌 타임스 기고에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말을 다시 꺼냈다.
샹 연구원은 “일본이 대만해협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주도권을 잡는다면 결국 불장난을 한 셈이 되어 스스로 불에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샹 연구원은 “대만 문제를 일본의 국가안보법 체계에 포함시켜 대만과 일본의 안보이익을 법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는 3가지 측면에서 법적인 경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일본의 국내법 위반으로 2015년 통과된 일본의 평화안전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법은 ‘생존 위협 상황’을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외국이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무력 공격을 받을 때’로 규정했다.
그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로 다카이치가 대만해협 위기를 일본의 생존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이 개념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다카이치의 발언은 중일 공동성명을 포함한 양국간 4개 정치 문서의 원칙과 정신에 위배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공연히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셋째는 국제법과 국제 관계를 규율하는 기본 규범을 위반해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 존중의 원칙을 노골적으로 유린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7일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와 관련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가 수반된다면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튿날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멋대로 들이박아 오는 그 더러운 목을 한 순간의 주저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올렸다.
그는 몇 시간 뒤 이 글을 내린 뒤 다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라는 것은 머리 나쁜 정치인이 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올렸다.
10일 주일 중국 대사 우장하오는 소셜미디어에 대만과 일본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일본을 중국 분열의 길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이며 결국 막다른 길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올렸다.
관영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 후시진은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에서 강력한 지지도, 의회 내 여러 정당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적절한 경고를 해야지 예의를 갖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홍콩 명보는 11일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한 달도 안돼 대만 관련 문제로 중국을 두 번째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다카이치 총리가 X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대만 대표 린신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대만 총통부 수석 고문”이라고 칭했다가 중국의 항의를 받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명보는 일본 전 총리 2명의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비판 발언도 전했다.
노다 요시히코( 野田佳彦) 전 총리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총리들은 유사한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 왔다”며 “경솔한 발언은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X에 “대만이 위기에 처하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생사의 기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히 위기를 조장하고 군사력 강화의 명분을 찾는 것”이라고 올렸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은 대만이 중국에 속한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며 일본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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