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덮고 쪽잠' APEC 경찰 논란에…경찰 "숙소 아닌 대기공간, 수당 지급"

기사등록 2025/11/11 11:16:25

직협 APEC 경찰 홀대 비판에 해명자료 배포

"영화관·호텔 등 전면 임차…대기시간도 근무로 인정"

[서울=뉴시스]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현장에서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어두운 실내 바닥에 누워 종이박스를 덮고 잠을 청하고 있다.(사진=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이달 경주에서 개최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의 숙소·급식 등 근무 여건을 두고 논란이 일자, 경찰청이 "현장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의 지원을 했다"며 "대기시간도 근무로 인정돼 수당이 모두 지급됐다"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11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이 공개한 APEC 동원경찰관 사진전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당번일에는 24시간 3교대 근무로 2시간 현장근무 뒤 4시간 대기 체제를 운영했고, 대기시간 역시 근무시간으로 포함돼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됐다"며 "사진에 나온 모습은 대기근무 중 출동대기 태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직협은 전날 APEC 회의 기간 현장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는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열어 영화관 바닥과 복도에서 담요를 깔고 자는 경찰관, 버스 안 대기 장면, 도시락을 바닥에 두고 식사하는 모습 등을 전시했다.

직협은 "APEC 행사 준비와 운영을 총괄한 경찰청·경북청·APEC기획단이 현장 경찰의 근무 여건을 무시한 채 탁상행정으로 일관했다"며 "지휘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2의 이태원 참사 같은 국가적 망신이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정상 숙소 경호에는 하루 약 4500명의 경찰이 투입됐다. 경북경찰청은 보문단지 내 대기시설 확보를 위해 영화관·리조트·수련원 등 실내공간(2300명 수용)을 임차하고, 나머지 3200명은 버스 160대를 활용해 주차장 등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연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 현장. 행사장에는 경찰관들이 영화관 바닥과 복도에 담요를 깔고 쪽잠을 자는 모습, 도시락 식단과 낡은 숙소 내부 등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2025.11.11


영화관 바닥과 복도에서 담요를 깔고 자는 경찰관이 찍힌 사진에 대해 경찰청은 "버스 대기가 불편해 일부 인원이 실내에 담요를 펴고 쉰 사례는 있었지만 이는 시설 한계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영화관과 연회장 등은 모두 경찰이 전면 임차해 대기공간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실내·버스 대기자를 위해 담요 1만566개를 보급했다고 덧붙였다.

급식, 도시락 등 식사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한 끼 최대 7000식의 도시락을 200개소 이상 현장에 배달하고, 4000식 이상의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초기 일부 혼선이 있었으나, 급식지원팀을 증원해 즉시 개선했다"고 밝혔다.

도시락 야외 취식 사진은 "정상 일정이 조기 변경돼 10월28일 근무자에게 도시락이 지급됐던 것으로, 다음날부터는 단체급식소를 정상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노후 숙소 논란에 대해서는 "사진 속 모텔은 주요 정상의 입국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10월 23일 급히 확보한 숙소"라며 "대부분 숙소는 사전 점검을 통해 최대한 양질의 숙소를 확보했고, 1인 1실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수송버스 고장 사진에 대해서도 “서울경찰청에서 임차한 버스가 울산에서 운행 중 고장난 것으로, 즉시 대기 중이던  버스를 투입해 이동에 차질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생한 현장 근무자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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