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유일 조선배 '마도4호선' 600여년 만에 떠올랐다…5호선 흔적도 발견

기사등록 2025/11/10 09:06:41 최종수정 2025/11/10 09:22:24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태안해역서 '마도4호선' 인양 마쳐

쌍돛대·목재 가로배열 구조, 나무못 등 조선배 구조 확인

또다른 난파선 '마도5호선' 징후 확인…내년 본격 발굴 착수

[서울=뉴시스]  마도4호선 인양 전 상태(잔존규모: 길이 12m, 폭 5m)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현존하는 유일한 조선시대 운반선 '마도4호선'이 침몰한 지 600여년 만에 뭍에 올랐다. 

마도4호선은 2015년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조운선이다. 조운선은 고려 때부터 조선 전기에 걸쳐 세곡(稅穀, 세금으로 거둔 곡식) 운반에 사용된 배다. 이 배는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세곡 운반선 실체를 드러낸 귀중한 수중 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새겨진 목간 60여 점을 비롯해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 점 중 '내섬(內贍·조선시대 궁궐 공물과 외빈 접대용품을 관리하던 관청 '내섬시(內贍寺)'를 이르는 글)'이란 글씨가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청자 세부 사진(꽃 문양)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이 배가 전라도 나주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공물을 싣고, 현재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관료 녹봉을 관리하던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다가 난파됐음을 보여준다.

배 안에서 발굴된 분청사기는 15세기 전반에 제작됐다. 선박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1410~1433년이란 수치가 나와, 이 배는 1420년경 침몰한 조선 전기 세곡선으로 밝혀졌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지난 4월부터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을 시작해 지난달 작업을 마쳤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마도4호선 인양에 대해 "2015년 발굴한 후 보호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해 두었던 선체를, 발굴 10주년을 맞은 올해 침몰 600여 년 만에 인양해 의미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통일신라 배 1척과 고려시대 배 17척 등 고선박이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지만 특히 이번 인양으로 조선시대 선박의 실물 자료를 처음으로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마도4호선은 앞판(船首材, 선수부) : 가로 배열로 내구성을 높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는 마도4호선을 통해 조선 전기 선박 구조가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임을 새로 확인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새롭게 확인된 조선 전기 선박의 특징은 고려 선박이 중앙에 돛대 한 개만 세웠던 것과 달리 마도4호선은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한 쌍돛대 구조라는 점"이라며 "이를 통해 항해 속도를 높이고, 바람 방향에 따른 조정이 용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고려 선박이 목재를 세로로 배열해 앞판(선수부(船首材))을 조립한 반면, 마도4호선은 가로로 배열해 내구성을 높였다.
[서울=뉴시스] 마도4호선 쇠못 사용 흔적 : 우리나라 고선박에서 처음 발견 사례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큰 나무못과 보조못을 함께 사용한 고려 선박과 달리, 마도4호선은 작은 나무못을 다수 사용해 선체를 정밀하게 연결했다.

선체 수리에 쇠못을 사용한 것은 우리나라 고선박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다. 기존 확인된 선박들은 나무못을 사용했다.

연구소는 마도4호선 인양 과정에서 새로운 난파선이 묻혀 있는 징후도 확인했다.
[서울=뉴시스] 마도해역 음파탐사 중 발견한 청자다발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 관계자는 "마도4호선 인양을 진행하는 동시에 음파 탐사로 마도 해역 일대를 조사하던 중, 또 다른 고선박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연구소는 잠수 조사를 실시해 청자 다발 2묶음 87점, 목제 닻, 밧줄, 볍씨 등과 함께 고선박 선체 조각, 화물받침목(통나무)등을 발견했다.

청자 다발 2묶음 87점에는 1150~1175년경 제작된 접시 65점, 완 15점, 잔 7점이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마도해역 음파탐사 중 발견한 청자다발 매장상태(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는 유물 구성과 양상이 마도 1·2호선과 유사해, 곡물과 도자기를 운반하던 선박이 추가로 침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굴된 고려 선박들의 침몰 시기는 각각 12세기 후반 태안선, 1208년 마도1호선, 1210년경 마도2호선, 1265∼1268년경 마도3호선 순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새로운 '마도5호선'이 발견되면 이 배는 이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선박으로 볼 수 있어, 2026년에는 이를 규명하기 위한 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태안 마도 해역 수중발굴조사 현황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는 2026년 우리나라 수중 발굴 역사가 50주년을 맞아 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월 연구소는 마도 해역에 재현한 고려 난파선 체험장에서 잠수가 가능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선박 실측과 유물 인양을 해볼 수 있는 수중 발굴 체험 행사를 처음 진행했다. 국민체험단 32명 모집에 800여 명이 지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