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죄가 아닌 질병"…재범율 줄이는 것은 '재활'[식약처가 지킨다]

기사등록 2025/11/09 01:01:00 최종수정 2025/11/09 06:36:24

한국마퇴본 중독재활팀 김현장 팀장 "사회 인식변화 필요"

중독, '가족의 병'으로 불릴 정도로 상처…관계회복에 중점

지역별 전문 자원 및 인력 격차 커…고른 서비스 위해 노력

[서울=뉴시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은 최근 뉴시스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우리사회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인식은 바로, 마약류 중독을 개인의 '도덕적 실패'나 '의지 부족'이 아닌,  전문가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질병'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에서 진행한 한걸음센터 홍보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식 모습. (사진=한국마약퇴지운동본부 제공) 2025.11.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마약사범은 재범율이 35%로 다른 범죄에 비해 높고, 특히 청소년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마약사범에 대한 강력한 단속·처벌 만으로는 마약류 수요를 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단속·처벌과 함께 사회재활 역량 확대 등 체계적인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중독재활팀을 이끄는 김현정 팀장은 최근 뉴시스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우리사회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인식은 바로, 마약류 중독을 개인의 '도덕적 실패'나 '의지 부족'이 아닌,  전문가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질병'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은 마약류관리법에 근거해 마약류 중독자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재범방지·회복 및 사회복귀 이후 정상적인 일상생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보호·교육·상담·홍보 등 사회재활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이다.
 
이에 중독재활팀은 전국 17개 지역에 설치된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 전문기관인 함께한걸음센터의 사회재활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지원, 마약류 중독 사회재활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또한 전국 단위로 진행되는 사업 추진 및 홍보, 관련 연구 수행 등 사회재활 사업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함께한걸음센터'는 전국 단위로 확대되면서 재활 서비스 건수가 크게 늘었다. 김 팀장은 "2024년 하반기 '함께한걸음센터' 14개소가 추가 설치돼 광역시·도 단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졌다"라며 "의료용 마약류 월간 통계를 기준으로 총 사회재활 서비스는 2023년 1만 4758건에서 지난해 2만 3908건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9월까지 3만 3306건의 서비스가 제공돼 전년의 수치를 크게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함께한걸음센터는 중독 회복을 단순히 약을 끊는 것을 넘어 '사회 복귀'와 '관계 회복'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 팀장은 "중독 회복은 단순히 약물 사용을 멈추는 것을 넘어서, 중독자가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가고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라며 "이를 위해 크게 개인 심리 회복, 사회 복귀, 가족 관계 회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대구함께함걸음센터)는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와 범어역 지하상가에서 '노(NO)마약, YES! 건강'이라는 주제로 마약류 중독 예방 참여형 부스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마퇴본 대구지부 제공) 2025.11.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중독은 '가족의 병'이라 불릴 정도로 가족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함께한걸음센터는 가족 상담 및 프로그램을 통해 중독 문제로 인해 겪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심리적 고통을 다루고, 가족들이 중독을 질병으로 정확히 이해해 중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의사소통 및 대처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펼치는 센터에 대한 지원·관리 부문에서 어려움도 있다. 김 팀장은 "지역별 자원 및 인력 격차가 크고, 지역별 협력 네트워크 구축 수준이 같기 않기에 연계의 폭과 깊이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또 마약류 문제 발생 건수 대비 상담 및 재활을 원하는 자발적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거나, 반대로 수요는 있으나 적절한 상담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김 팀장은 "수도권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센터는 전문 인력(상담사, 치료사 등)을 확보하기가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역 내의 협력 네트워크(의료기관, 고용기관, 행정기관)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본부 중독재활팀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센터와 협력하며 센터 간의 연계나 네트워크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위해 올해 3월 전국 8개 권역을 중심으로 '마약류 중독 사회재활 협의체'를 발족했다.
[서울=뉴시스]


이러한 노력으로 과거에 대해 마약류 중독 재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냉담한 시선은 남아있다. 김 팀장은 마약류 중독을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 또는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비난하거나 격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라며 "하지만 마약 중독은 뇌의 기능적 변화를 동반하는 복합적인 질병이며, 한 번 발병하면 스스로 끊기 매우 어려운 만성 질환과 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중독 문제를 숨기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생겨야 회복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라며 "여기에 더해 실질적인 치료와 재활의 문턱을 낮추고 사회재활을 지원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더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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