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클래식계가 왜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9)에 주목하는지가 드러나는 무대였다. 젊은 지휘자는 과장 없이 명료한 손짓으로 세계적 악단을 이끌었고, 오케스트라는 그의 사인을 세밀하게 받아안았다.

메켈레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첫 동반 내한공연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RCO는 세계적 악단으로 꼽힌다. 메켈레는 20대 나이로 명문 오케스트라 3곳을 이끌며 '천재 지휘자', '지휘계의 아이돌' 등 숱한 수식어를 갖고 있다.

이날 공연은 2027년부터 RCO의 상임 지휘자를 맡게될 메켈레와 RCO가 한국 관객들 앞에서 치르는 사실상의 '신고식'이었다. 첫 동반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에 객석은 일찌감치 가득 찼다.

협연자로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키릴 게르스타인이 나섰다. 두 사람은 2019년 오슬로 필하모닉을 시작으로 파리 오케스트라 등에서 호흡을 맞춰온 인연이 있다.

첫 곡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게르스타인의 타건(打鍵)은 강렬한 음보다 피아니시모에서 더욱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은 소리를 밀도 있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이를 떠받치는 중심에는 메켈레의 세심한 균형감이 있었다.

1악장의 긴장감, 2악장의 고요, 3악장의 민첩한 흐름은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메켈레는 볼륨과 템포를 정교하게 조율하며 악단의 호흡을 단일한 흐름으로 정리했다.

공연은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으로 이어졌다.

망명과 백혈병 악화 속에서 작곡된 작품의 서사는 어둠과 활력이 교차한다.  '각 악기가 고유한 목소리를 갖는다'는 구조 속에서 메켈레와 RCO는 파트별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해석을 들려줬다. 저음 현악이 무게를 드리우면, 바이올린과 관악이 선율을 이끌었다.

2악장에서 작은북이 구축한 리듬 위로 관악이 편입되면 메켈레는 상체를 크게 움직이며 템포를 조절했다.

4, 5악장에서는 RCO의 응집력과 기량이 정점을 이뤘다. 금관은 안정적으로 음을 뻗어냈고, 현은 속도감 있게 종반부를 향해 내달렸다. 메켈레는 에너지를 끝까지 조율하며 전체 구조를 일관되게 끌어갔다.

이번 무대는 메켈레가 열정과 치밀함을 겸비한 '차세대 거장'임을 확인시키는 자리였다. RCO의 전통 위에 섬세하게 얹힌 메켈레의 균형감. 이들이 함께 할 2027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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