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소매상들 40년 독점 못 깼다…첫 입찰도 1년 유예

기사등록 2025/11/06 09:19:43

가락몰 1300여개 소매상 중 1194개 수의 계약 유지

대형 소매상 39개 반발 우려로 경쟁 입찰 1년 유예

1985년부터 이어진 독점 체제, 공공재산 사유화 우려

[서울=뉴시스] 가락몰. 2025.03.14. (자료=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국내 최대 공영 농산물 도매 시장인 가락시장에서 40년간 영업해 온 소매상인들이 앞으로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가락시장에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관리하는 국내 최대 식재료 쇼핑몰인 가락몰이 있다.

가락몰에 입점한 소매상은 도매상 재고 물량을 떼서 소매로 판매한다. 청과·수산·축산 등 1차 식자재부터 가공식품까지 판매한다.

1300여개에 달하는 소매상은 그간 임차 계약 측면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1985년 시장 설립 당시부터 도매 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대물림해가며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락시장 현대화 일환으로 2016년 가락몰이 새로 생긴 뒤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소매상들은 입점 과정에서 사실상 경쟁 입찰 없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수의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인근 송파구에 있는 민간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수준의 임차료만 내면서 영업 중이다.

이런 가운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한도인 10년이 가까워졌다. 이에 따라 가락몰 소매상들은 입찰을 통해 경쟁을 거쳐 영업권을 확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소매상들의 반발이 예상되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물러섰다는 점이다.

공사는 1300여개 중 연 임대료 5000만원 이하 시설에 입주 중인 소매상 1194개소를 대상으로 조건부 수의 계약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임대 유통인 평가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종신 계약이 가능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연 임대료 5000만원 초과 시설에 입주한 소매상 39개소의 경우 일반 경쟁 입찰을 거치도록 했지만 이 역시 1년 한시 유예했다. 이로써 39개 소매상은 내년 말까지 경쟁 없이 영업을 이어가게 됐다.

공사 관계자는 입찰 전환 시 소매상인들의 반발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이 수의 계약을 경쟁 입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농마트와 5년 이상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점 역시 고려됐다. 이 관계자는 "이 분들이 입찰로 가면 기본적으로 명도 소송을 할 가능성이 크다. 소송을 하면 최소 2년, 3년 정도는 걸린다"며 "시간 낭비 등을 고려했을 때 입찰 제도 연착륙을 위해서 1년 정도는 유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가락시장 소매상이 가락몰 신설 당시 강하게 반발했던 점 역시 고려됐다. 이 관계자는 "2015년도에 소매상을 가락몰로 이전하면서 그 당시에 상인들이 (가락몰) 지하 청과직판으로 이전한 것에 굉장히 반대가 심했다"며 "시청에서 1인 시위도 하고 몇백명씩 모여서 상여를 막 태웠다. 시위를 하기 시작하면 저희들도 제도 시행하는 데 난관이 많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가락시장 소매상들이 대물림하며 공공 재산을 쓰도록 독점적인 지위를 계속 부여하는 것은 사회 통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감시 운동가 이모씨는 1년 유예를 철회해야 하지 않으면 선관위와 권익위에 신고하고 배임죄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번 조치는 내년 지방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선거법 위반"이라며 "울면 떡 주는 원칙 없는 행정으로 악성 민원 해결은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나쁜 사례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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