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경찰 워크숍서 청렴 특강…검경 권한 논의 언급
"영원한 비밀 없다, 청렴은 도덕 아닌 교양의 문제"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경찰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주권자의 신임을 받는 기관이 더 큰 권한을 갖게 되는 건 필연"이라며, 경찰이 수사 역량을 높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참수리홀에서 열린 '2025 전국 경비경찰 워크숍'에서 특별 청렴강의를 열고 "영원한 비밀은 없다"며 "누가 알겠느냐는 말에 속아 돈을 받는 공직자가 많지만 결국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품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라며 "공직자의 청렴은 도덕이 아니라 인문학적 교양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행은 지난 2006년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부 부장판사 시절 직접 다뤘던 뇌물 사건을 언급하며 "액수와 관계없이 부패 행위는 법정구속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청렴은 정약용의 '목민심서'나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서도 강조돼 왔다"고 덧붙였다.
또 "국민은 보이는 것을 믿는다. 청렴하게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자와 만남을 금지한 법이 아니다. 3만원 밥값이 문제가 아니라, N분의 1로 계산하면 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지 않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문 전 대행은 최근 불거진 검찰·경찰 간 권한 분배 논의에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경찰 신뢰도가 검찰보다 낮은 적이 없다"며 "이런 여론이 권한 분배를 둘러싼 논의에 작용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신임을 받는 기관이 더 큰 권한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공직자는 신뢰를 얻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은 전국 어디에나 있는 국가기관으로, 국민의 견제는 당연하다.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며 "수사 역량을 강화해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리더 또는 지휘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혼(魂)·창(創)·통(通)을 꼽으며 "지도자는 왜 나는 경찰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하고, 부하의 말을 경청하며, 이름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소통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공직 시절 좌우명은 정직이었지만 지금은 목표보다 목적이 있는 삶을 살고자 한다.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역할도 하겠다. 다만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 인사청문회 당시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일화를 소개하며 "2006년부터 블로그에 글을 써왔고, 아내의 핀잔 속에 모은 글이 책으로 나와 10만권 넘게 팔렸다"며 "결국 가족을 먹여 살린 건 그 약속이었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았고 4월 18일 퇴임한 뒤 강의와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이번 워크숍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경비지휘부와 경찰기동대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1일 마무리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경비경찰이 집회·시위 대응과 정상 안전 확보 등 경비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격려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이날 경찰은 국민 기본권 보호와 현장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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