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3주기 추모 행렬…"유족·시민, 아픔 공감·재발방지 다짐"

기사등록 2025/10/29 14:37:05 최종수정 2025/10/29 17:38:24

이달 20일부터 참사 집중추모기간…31일까지 행사 계속

전문가 "모여 위로·추모하고 슬픔·미안함 공유하면 도움"

"PTSD·트라우마 오랫동안 계속되면 의료기관 도움받길"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5.10.29.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김예겸 인턴기자 = 어느덧 찾아온 10·29 이태원참사가 3주기에 발맞춰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보랏빛으로 물든 추모 행사는 피해자와 유족은 물론 일반 시민들이 함께 아픔에 공감하며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장(場)이 되고 있다. 전문가도 추모 행위가 유족과 일반 시민에게 참사 치유와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광화문광장서 정부 첫 공식 추모행사…李 "잘못 바로잡겠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 3주기를 맞은 이날 10·29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시민대책회의)와 정부는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기억식을 개최했다.

참사일을 상징하는 10시29분. 행사 시작에 맞춰 광장에는 1분 동안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행사장에 모인 피해자와 유가족 등은 눈물을 훔치면서도 희생자를 위해 묵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추모사를 통해 "미흡했던 대응, 무책임한 회피, 충분치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모든 것을 되돌아 보고 하나하나 바로잡아 가겠다"며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국민의 생명이 존중받는,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족과 피해자 등을 향해 "잊지 않겠다. 꼭 기억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고(故) 이재현씨의 모친인 송해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운영위원장은 "거대한 비극 뒤로 조금이라도 더 안전·성숙해지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나아가게 해달라"라며 "이 고통이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진다면, 비극이 더 나은 내일의 계기가 된다면 159명의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고 요청했다.

◆3주기 앞두고 피해자·유가족·시민 참여하는 행사 진행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외국인 유가족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별들의 집에 방문해 희생자의 사진을 보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26. photo@newsis.com

앞서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이달 20~31일을 집중추모기간으로 정하고, 피해자, 유가족, 시민이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해 왔다.

집중추모기간 ▲기억물품 공작소(21·23일) ▲재난참사 관련 신진학자 연구포럼(22일)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기자 간담회·전시회 개막(23일) ▲3주기 광주·전남 추모행사 ▲3주기 시민 추모대회(25일) ▲3주기 해외동포 온라인 추모제(26일) 등이 열렸다.

3주기 당일인 이날 오후에는 3주기 경기 수원시에서 추모행사와 추모메시지 낭독 문화제·추모행진이 열릴 예정이다.

◆전문가 "재난 뒤 괴로움에 짓눌려…추모 행위가 해소에 도움"

전문가는 다양한 형태로 반복해 진행되는 추모 행사가 유가족은 물론 일반 시민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내다봤다. 건강한 형태로 미안한 감정을 표출하고 위로받는 과정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재난 발생 뒤로 일부 시민은 큰 괴로움에 짓눌려 감정을 억제하게 되는 데, 추모 행위가 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죄책감이나 분노 등을 억압하면 불특정한 분노가 거꾸로 더 올라오게 된다"라며 "정당하게 같이 모여서 서로 위로하고, 추모하고, 슬픈 감정과 미안한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일상의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고 우울감을 예방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제일 좋은 방법은 기리는 활동을 구체화하는 것"이라며 "마음의 짐이 자꾸 생기는 부분에 관해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사건은 발생했고 안타까운 피해가 발생했지만, 봉사든 기부든 선한 행위를 사소하게라도 실천하면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체감하는 편이 좋다"고 제언했다.

이아라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사건을 같이 공유하고 유대감을 느낀다는 측면에서 추모행사에 참여하는 그 자체로 많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아픔을 공감하고 지지한다는 행사의 어떤 목적은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 등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어떤 참사와 관련해서 자발적인 참여로 사회적인 공감이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강제적 분위기보다는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고 같이 의지를 모아 추모하는 분위기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재난 뒤 경과 중요…고통 오래 계속되면 의료기관 도움받아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민석(왼쪽부터) 국무총리, 송해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우원식 국회의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5.10.29. hwang@newsis.com

전문가는 오랜 기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트라우마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방안을 권하기도 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죄책감을 많이 없애줘야 한다"라면서 "일단 대형 사고가 났다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뒤에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TSD 같은 증상이 몇 개월 이상 지속되면 증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의학적 도움을 받는 편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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