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니앨범 '포커스(FOCUS)' 리뷰
엑소 '으르렁' 잇는 K-팝 교복 미학
소녀들의 동경·선망·질투…긴장감 있는 병치
그 중 핵심은 타이틀곡 '포커스'의 만듦새와 안무, 이 곡의 뮤직비디오다. 피아노와 베이스를 은밀한 혈족으로 만드는 하우스 장르의 리듬에 얹힌 작사가 겸 작곡가 켄지(KENZIE)의 노랫말은 시선, 프레임을 오가며 특별한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안무가 겸 댄서 조나인의 안무 역시 8명이라는 짝수 멤버들의 균형 또는 반복적 자기 닮음을 통한 어구를 짝 짓는 표현 방법으로 칼각을 정련한다.
이런 디테일한 미감들은 단순히 기술적, 기교적인 것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톰브라운 표 교복, 발레코어의 조합 등 세련된 하이틴의 미적인 표현들을 비롯해 노래, 뮤직비디오, 무대엔 소녀들이 서로를 동경하고 부러워하고 선망하고 질투하고 연대하는 순간들이 병치된다. 이를 통해 긴장감을 형성하며 걸그룹 하이틴의 새로운 좌표를 만들어낸다. 가히 '엑소'의 '으르렁'을 잇는 K-팝 교복 미학의 또 다른 전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완성도다.
이처럼 하츠투하츠의 이번 '포커스'는 심미적인데, 동시에 곡이 주는 핵심에 들어가는 능력이 압권이다. 왜 소녀의 시간이 아름다운지, 정적인 베이스가 중심이 된 하우스의 여백과 그것이 쌓여가는 점층범이 은유한다. 점차 움직임이 많아지는 안무 구조와도 겹친다.
앞서 '하츠투하츠, SM '정언명령' 프리즘 확장판…'30주년 유산' 콜라주'라는 기사에서 어느덧 K팝의 제작 공식이 된 헤겔의 변증법에 따른 정반합(正.反.合) 이론으로 SM 걸그룹의 역사를 정리한 적이 있는데, 하츠투하츠의 프로덕션 진화는 이 방법론을 근사하게 소화했다.
'포커스' 외 잘 짜여진 음악도 이 팀의 완성도에 기여한다. 펑키한 누디스코 스타일의 '애플 파이(Apple Pie)', 향수를 자극하는 뉴잭스윙 '프리티 플리즈(Pretty Please)', '필승조' 켄지가 단독 작사와 공동 작곡을 맡은 풍성한 화음의 시티 팝 '플러터(Flutter)', R&B 기반의 팝 발라드 '블루 문(Blue Moon)', 하츠투하츠 음악 스타일의 맵시를 확인한 업템포의 '스타일' 등 이번 음반에서 빼놓을 곡들이 하나도 없다.
멤버들 매력과 가치는 활동이 지속될수록 우상향이다. SM이 이상향으로 생각한 완벽한 단발의 표준인 동시에 역동적이고 유려한 춤선의 리더 지우(19·최지우), 대형 K팝 기획사 아이돌 멤버로는 드문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청아한 보컬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카르멘(19·뇨만 아유 카르메니타), 비주얼·춤·노래가 균형을 이룬 올라운더 유하(18·유하람), 감정의 기미를 포착하는 미더운 음색의 스텔라(18·스텔라 다현 킴), 메인 댄서로서 팀의 원심력과 구심력의 중심인 주은(김주은·17), 이국적인 외모에 화사한 성격으로 팀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에이나(17·노유나), 세련되면서 신비로운 비주얼로 팀에 고유성을 불어넣는 이안(16·정이안), 편안한 음색에 성격마저 차분한 막내 예온(15·김나연)의 매력이 하츠투하츠의 궁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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