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안무가가 풀어낸 한국춤…국립무용단 '안무가 프로젝트'

기사등록 2025/10/23 18:37:30 최종수정 2025/10/23 18:52:24

정소연·이지현·박수윤 등 3명의 작품을 트리플빌로 선봬

AI·옷·죽음을 소재로 한 한국춤 '너머' '옷' '죽 페스'

내달 6~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서 공연

[서울=뉴시스]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2025 안무가 프로젝트'에서 정소연 안무가가 '너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우리가 AI(인공지능) 시대에 무엇을 꼭 가지고 가야 할까, 꼭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춤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정소연 안무가는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2025 안무가 프로젝트' 시연 후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AI와 인간의 공존'을 화두로 한 신작 '너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소연 안무가는 "AI 시대가 인간다움의 훼손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확장이 될 수 있는 것이 한국 춤으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우리 춤사위는 또 어떻게 남아서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았다"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한국무용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너머'에서도 그 호흡을 놓지 않고 싶었다"며 "미래를 얘기하더라도 '꼭 가지고 가야 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저한테는 한국춤의 호흡이기 때문에 작품에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날 '너머' 시연에서는 여러 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한국의 전통춤을 연상시키는 몸짓으로 기술의 시대와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상상을 그렸다.

[서울=뉴시스]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2025 안무가 프로젝트'에서 이지현 안무가가 '옷'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음악은 인간과 기계가 얽혀 살아가는 오늘날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세심한 서사로 풀어낸다. 음악감독 박천지와 작곡가 강은영은 도살풀이, 푸너리, 반염불 등 무속 장단과 칠채와 같은 농악 리듬을 토대로 서양음악인 브라스 재즈와 EDM(전자음악)을 교차시켜 낯선 긴장감을 유발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이 선보이는 '2025 안무가 프로젝트'는 올해 2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정소연·이지현·박수윤 등 3명의 안무가 작품을 트리플빌(세 작품을 같은 무대에 선보이는 형식)로 무대에 올린다. 전통 공연예술 분야 창작자·예술가를 육성하는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안무가 이지현은 '옷'이라는 글자의 형태가 '사람'의 신체와 닮았다는 발상에 착안해 사회적 틀 속 '입혀진 자아'를 주제로 한 작품 '옷'을 선보였다. 옷은 외부의 시선과 역할, 옷걸이는 그것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준이라는 상징을 반영해 무대를 꾸민다.

사물을 움직임의 언어로 변모시키는데 탁월한 이지현은 이번 작품에서도 과감한 오브제 사용과 리듬감 있는 장면 전환을 통해 재치 있고 감각적인 무대를 펼친다. 음악은 작곡가 서희숙이 맡아 전자음악과 한국음악을 교차시켜 작품의 상징적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서울=뉴시스]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2025 안무가 프로젝트'에서 박수윤 안무가가 '죽 페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시연에서 무용수들이 팔을 교차해서 춤추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지현은 "본인이 감추고 싶었던 것들이나 혹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뺏기지 않고 살아가고는 있지만 결국엔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그게 펼쳐진다는 의미"라면서 "또 개인이 아니라 단체에 맞춰지면서 결국 맞춰 살아가는 관계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무가 박수윤은 '죽 페스'(죽음 페스티벌의 준말)를 선보였다. '죽음은 끝일까 혹은 시작일까'라는 역설적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안무가는 죽음을 '슬픔'이나 '사라짐'이 아닌 '삶의 완성'으로 바라보고, 장례를 축제로 전환한다.

여덟 명의 무용수는 죽음을 통과하는 각자의 몸짓을 선보인다. 거울을 활용해 관객이 자신을 마주하게 하는 장면 연출은 개인의 이야기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과 이별의 축제로 확장한다.

휘파람·종소리·숨소리 등 가공되지 않은 사운드로 죽음의 단면을 표현하고, 라이브 밴드의 음악은 장면마다 입체적인 정서를 부여한다. 궁극적으로 삶의 끝에서 어떤 춤으로 작별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서울=뉴시스]정소연·이지현·박수윤 등 3명의 안무가가 2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2025 안무가 프로젝트' 라운드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박수윤 안무가는 "마지막 순간을 제가 마주했을 때 그게 뭔가 무섭고 두려운 모습이 아니라 되게 빛이 나고 평온해 보였던 경험이 있다"며 "죽음이 '단지 끝이 아니라 삶이 완성되는 마지막 빛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고 또 저 스스로도 벼랑 끝까지 가본 적이 있다. 당시 공허함과 두려움, 그래도 일어서는 계기점까지 죽음이라는 단어가 닿아 있었고, '죽음을 슬픔이 아니라 축제로 풀어보면 어떨까' 이런 질문에서부터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창작 동기를 설명했다.

'2025 안무가 프로젝트'에는 국립무용단 청년교육단원과 공모로 선정한 객원 무용수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보인 세 작품은 관객 평가와 전문가 심사를 거치며, 선정된 우수작은 국립무용단 정규 레퍼토리로 편성되는 등 기회가 주어진다.

정소연·이지현·박수윤 등 3명의 안무가가 선보이는 '안무가 프로젝트'는 다음 달 6일부터 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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