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2% 오를 동안…KRX 운송지수 5% 넘게↓
3분기 실적 쇼크…동남아 수요 줄면 4분기도 타격
겨울 성수기 맞는 LCC 기대…중장기적 회복 전망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코스피가 3900을 돌파하며 사천피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항공주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업종을 짓누르는 고유가·고환율이란 악재에 더해 최근 캄보디아 사태로 인한 동남아 여행 수요 위축 우려가 겹치며 투자 심리는 얼어붙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항공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2% 하락한 1171.67에 거래를 마쳤다. KRX항공지수는 9월부터 이날까지 5% 이상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2% 이상 상승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이날 1.1% 하락했고, 진에어와 제주항공도 각각 0.54%, 0.17% 내린채로 거래를 마감해 약세를 이어갔다.
항공주는 최근 중국인 무비자 입국 조치 시행 등으로 여객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비용 측면에서 고환율·고유가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항공사들은 전체 매출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항공유를 달러로 매입하는데, 환율·유가가 오를 경우 유류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항공기 리스료 등 필수적인 외화 지출 부담도 늘어나는데, 이는 단순한 비용 증가를 넘어 기업의 순이익 규모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추석 연휴가 9월에서 10월로 밀리며 수요가 이연됐고, 미국이 이민 규제를 조이면서 미주 노선 이용률이 하락한 영향으로 항공업종의 실적은 큰 폭으로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27% 감소한 4조562억원, 44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에어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이 회사에 대한 증권가의 3분기 추정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84% 감소한 3251억원, 64억원으로 하락 폭이 더 크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연휴로 인해 국제선 수송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4분기 잔여기간 동안 국제선 여객운임 약세,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연료비 및 공항 관련비 등의 영업비용 증가로 성수기 및 연휴 효과에도 하반기에도 전반적으로 수익성은 부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 사태도 악재로 보고 있다. 외교부의 여행 경보 발령과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하며 캄보디아 노선을 운영하는 대형 항공사들의 매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겨울철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핵심 수익원인 동남아 노선의 성수기로 꼽히는데, 캄보디아발 불안감이 필리핀 등 인접 국가로 확산할 경우 업계의 4분기 실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 등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는 항공주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3분기 실적쇼크 가능성을 선반영했으며, 연말이 가까워진만큼 내년까지 반등 모멘텀을 찾을 시기"라며 "LCC의 경우 12월부터 다시 동남아 겨울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한 해 실적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은 올해 악재가 많았던 만큼 미주 노선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규제만 해소되어도 무난하게 증익을 기대할 수 있고, 내년 아시아나와의 통합이 마무리되며 불확실성도 사라지게 된다"며 "특히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 덕분에 항공화물 턴어라운드가 빨라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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