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 사망 하루 전 남긴 소셜미디어(SNS) 마지막 글이 3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강력하게 지지했던 여성 정치인 오노다 기미(42) 참의원(상원) 의원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64)가 이끄는 새 내각에서 경제안전보장상(경제안보 담당 장관)으로 입각했기 때문이다.
22일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단행한 첫 내각 인선에서 오노다 의원은 경제안보를 비롯해 외국인 정책, 쿨재팬, 우주 정책까지 총괄하는 '경제안보상'을 맡게 됐다.
오노다는 자민당 내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로, 자민당 총재선거 당시 다카이치 캠프의 '팀 사나에'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오노다 의원은 2022년 7월8일 아베 전 총리가 나라현에서 유세 중 피격되어 사망하기 전날 그가 남긴 생전 마지막 X(당시 트위터) 게시글의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베 전 총리는 7월 7일 오후 9시11분 자신의 계정에 "자민당 공천만으로 싸워 나가는 오노다 기미 후보. 치열한 싸움 속에서도, 그녀의 강철 같은 신념에 현장은 불타올랐다. 일본을 지켜낼 오노다 기미 후보에게 힘을! 잘 부탁한다"는 글과 함께 오노다 후보의 유세 현장 사진을 게시했다. 이 게시물은 그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글이 됐다.
당시 오노다 의원은 공명당의 추천 없이 자민당 공천만으로 참의원 선거 오카야마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일본 정계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은 26년 가까이 연립 정권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양당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며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베 전 총리가 굳이 '공명당 추천 없이'라는 표현을 강조했던 대목이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표현이 마치 향후 연정 해체를 암시한 듯한 '정치적 예언'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노다 의원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생으로,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으로, 다쿠쇼쿠 대학을 졸업한 후 게임·음반 제작사에서 홍보·프로모션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도쿄도 기타구 구의원을 거쳐 2016년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공천으로 출마해 첫 당선됐다.
그는 자민당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 색채를 드러내며, 자위대의 공격 능력 보유와 헌법 9조 개정, 긴급사태 조항 신설 등에 찬성 입장을 밝혀 왔다. 그동안 법무·방위 정무관, 외교방위위원장, 내각위원장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오노다 의원이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은 대표 주자라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일본 SNS에서는 “오노다가 드디어 장관이 됐다. 아베 전 총리, 보고 있나요?”, “이게 마지막 글이었다니 소름”, “공명당 없이 싸운 오노다를 끝까지 밀어준 아베, 진짜 혜안이었다”는 등 뜨거운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