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혐의
"직업은 변호사…국민참여재판 희망 안 해"
남색 정장 입고 출석…왼쪽 가슴엔 수용번호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전 장관은 남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7일 오전 10시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의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장관은 이날 남색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가 쓰인 배지를 달고 있었다. 재판부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법정 촬영과 중계를 허가하며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장관의 모습도 공개됐다.
이 전 장관은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생년월일은 1965년 5월 15일이며, 직업은 바로 직전까지 변호사였다"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혐의와 관련해 이 전 장관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와 관련해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적 없고,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국회나 선관위 언론사 통제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사실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피고인에게 있어서 계엄 선포는 이미 벌어진 객관 사건으로 계엄 해제시까지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었다"며 "당시 행안부 장관으로서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 임명 후 구체적 체포절차나 언론에 대한 특정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즉, 일단 선포되면 해제 전까지 국민 자유권과 언론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단 혐의에 대해서도 "국헌문란을 위해 단전·단수하라는 지시가 아니었다. 대통령 집무실에 있을 때 소방청 관련 문건을 봤기 때문에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의 지시가 있더라도 안전에 유의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경찰과 협의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 등을 관계 기관장에게 전달하며 시민 안전을 도모하게 한 것은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내란 중요임무종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음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끝으로 "이 사건 공소장엔 피고인이 모르는 제3자들의 일이나 사후적인 일을 피고인과 관련지어 설명한 부분이 많다"며 "피고인은 수많은 일들을 전지적 시점에서 인식하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 하에서 피고인의 당시 구체적 인식이 무엇이었는지 살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이 전 장관의 직접 발언은 없었다. 약 1시간20분 동안 진행된 공판이 끝나자 이 전 장관은 변호인단에게 가볍게 목례한 뒤 미소를 지으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편, 이 전 장관은 계엄법상 주무 부처 장관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한 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8월 계엄 사태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국무위원 중 두 번째로 구속됐고 같은 달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달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은 계엄에 반대했다. 전 대통령에게 그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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