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가능성에 '방어 모드'…위험채권서 발 빼는 월가

기사등록 2025/10/16 16:23:36 최종수정 2025/10/16 19:02:24

블랙록·피델리티 등 안전자산 선호 강화

스프레드 과열, 작은 충격에도 급락 위험 경고

[서울=뉴시스] 16일(현지 시간) 블랙록, M&G,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기업채와 국채 간 금리 차)가 크게 축소되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업채나 국채 중심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신용스프레드 축소는 투자자가 추가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얻는 보상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5.10.16.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대형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위험도가 높은 기업 부채 투자 비중을 줄이며, 방어적 포트폴리오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신용시장 랠리로 위험 대비 수익률이 낮아진 데다, 경기 둔화 시 대규모 매도세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6일(현지 시간) 블랙록, M&G,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기업채와 국채 간 금리 차)가 크게 축소되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업채나 국채 중심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신용스프레드 축소는 투자자가 추가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얻는 보상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마이크 리델  펀드매니저는 "신용스프레드가 너무 좁아 더는 축소될 여지가 거의 없다"며 "세계 경제에 작은 충격이라도 생기면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사 글로벌 유연채권펀드가 선진국 신용시장에 대한 '숏 포지션(하락에 베팅)'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의 유럽 액티브 채권 공동대표 사이먼 블런델은 "지속적인 스프레드 축소로 블랙록은 더 높은 신용등급과 단기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며 "시장이 금리 인하와 안정적 성장이라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이상적 경제 환경)'를 이미 반영하고 있어, 현재는 방어적 포지션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기업채 스프레드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낙관론자들은 이런 초긴축 상태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지난 몇 년간 개선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말까지 최소 네 차례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씩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론(고위험 기업대출)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거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신규 대출이 철회되고 기존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 중이다. 한 하이일드 채권 트레이더는 "최근 1~2주 사이 여러 종목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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