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증권사 직원 통화녹취 법정서 공개
"주식 현황 거의 매일 보고…통상 보고 안해"
강혜경씨 증인 출석해 金-명태균 의혹 증언
재판장 "들은 내용…증거능력 있는가" 의문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소헌 기자 = 김건희 여사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증인신문에 돌입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관리한 전(前) 증권사 직원과 명씨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강혜경씨가 잇따라 증인대에 올랐다.
특히 김 여사와 전 증권사 직원이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이 재생됐는데, 녹취파일에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은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과 "수익의 40%를 주기로 했다"고 말하는 등 주가조작 세력과 수익을 배분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15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여사의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여사는 검정색 바지 정장 차림에 흰 마스크와 검정 뿔테 안경을 쓰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4개를 관리한 박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신문에서는 2010~2011년 두 사람이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가 법정에서 재생됐다.
박씨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직접 주문하는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 방식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거의 매일 주식 잔고 및 매매 현황을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특검 측은 2010년 11월 1일 통화에서 박씨가 김 여사에게 거래내역을 보고한 것과 관련해 '거의 매일 장 종료 후 혹은 다음날 아침 계좌 주식 잔고와 매매 현황을 보고했냐'고 묻자, 박씨는 "네"라고 답했다.
특검 측이 '통상적으로 HTS 거래는 고객이 직접 주문하는 거니까 직원에게 보고해달라고 하는 일 별로 없지 않냐'고 질문하자, 박씨는 "거의 없다"고 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관련해 비정상적인 거래나 외부 작전 세력의 개입, 주가가 인위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두 사람 간의 통화내용에서 드러났다.
김 여사는 박씨와의 통화에서 "저쪽 사이버 쪽 하는 사람들이 이게 되잖아. 다 그거 하더라고"라고 말했다.
박씨는 '사이버 쪽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검찰 조사에서 외부 작전 세력이라고 생각되며 정보를 주고받으며 매매하는 것 같다고 진술한 바 있음을 인정했다.
또 박씨는 시장 지수는 빠졌는데 도이치 주가는 10% 가까이 올라 종가에 끝난 날, 김 여사에게 "의외의 상황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영향이 없을 수가 있을까 생각이 좀 들어요"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그러니까. 우리 기술은 좀 많이 빠졌죠? 그래도?"라고 답했다.
이후 박씨는 "오늘 시장이 26 포인트 빠졌어요. 도이치모터스는 관리를 하니까 그래도 가격이 유지가 됐습니다. 아침에 올라올 때 조금 팔고 나중에 빠질 때 조금 사는 관점도 있지만 주가를 관리하는 느낌도 들었었고요"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특검 측은 '종가에 거의 타격이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말을 두 사람이 동의하는 상황이냐'라고 묻자, 박씨는 "그래 보인다"고 답했다. 박씨는 이어 "주가 영향 없이 빠져도 올라가는 종목을 경우에는 '받힌다'고 표현하고, 누가 관리하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여사는 박씨의 추가 투자 권유에 "아니 아니 아니 쉐어를 해야 해서", "거기서 내가 40% 주기로 했어", "거기서 달라는 돈이 2억7000이에요"라고 말하는 등 주가조작 세력과 투자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오후 재판에는 강씨가 증인신문에 출석해 김 여사에게 대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받기 위해 명씨의 지시로 '대선 여론조사 집계표' 엑셀파일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또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이른바 '선물'로 받아왔으며, 이 공천은 명씨가 김 여사에게 청구하려 했던 대선 여론조사 비용의 '대가'로 갈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여론조사 비용 청구서 작성, 유선 비율 조작, 특정 후보 유리하게 조작 등은 모두 명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자신은 김 여사나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캠프 측과 직접 소통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김 여사 변호인단과 재판장은 강씨의 진술 대부분이 명씨에게서 들은 내용을 진술한 ‘전문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오전 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같은 날 오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맡았던 김태열씨와 명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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