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알선수재 등 혐의 첫 공판에서 전달 인정
지난해 말 건진법사 수사 개시 이후 처음 시인
다만 "사후 청탁만 존재…알선수재 성립 안 해"
"금품은 일시 점유"…구성요건인 '수수' 부인해
특검 "권력 기생 무속인 국정농단…엄중 처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전씨 변호인은 통일교 관련 알선수재 혐의에 관해 "2022년 4월과 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과 천수삼 농축차, 그라프 목걸이를 제공 받아 김 여사 측 유경옥 당시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전씨 측이 김 여사에게 전달될 것을 전제로 유 전 행정관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내놓은 일은 처음이다.
다만 전씨 변호인은 "2024년께 가방 2개와 교환한 것으로 추정된 것들을 돌려 받았다. 또한 수수 당시 청탁의 부존재와 관련해 알선 의뢰자와 행위자 사이 합의가 존재해야 하는데 사전 청탁은 없었고 사후 청탁만 존재했다"며 알선수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에게 알선할 만한 특수관계가 아니고, 윤 전 본부장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전씨 변호인은 "금품은 김 여사에게 전달하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에게 교부됐고, 피고인은 최종 전달될 금품을 일시 점유한 것에 불과해 재량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법리적 무죄를 다툰다"고 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는 데 있어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 또는 요구, 혹은 약속해야 성립한다. 전씨 측 주장은 다시 말해 자신은 금품을 일시 점유한 '전달책'일 뿐 '수수자'는 아니란 것이다.
전씨 변호인은 각종 청탁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통일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2022년 5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박현국 봉화군수의 공천을 대가로 1억원을 받아 챙겼단 혐의를 두고는 "1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나 법리적으로만 다퉈 무죄를 주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권력에 기생한 무속인 건진법사의 사익추구 국정농단이 이 사건 본질"이라며 "국정농단은 현실화 됐고,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해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피고인은 김 여사와 통일교의 정교유착 매개체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이 전씨에 대한 추가 기소를 예고하자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건일 경우, 적절한 시기 기소한다면 병합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기소를 결정하더라도 공범과 분리해서 기소하면 병합 심리하는 것이 낫겠다"며 신속 진행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28일로 지정하고 이날 공판을 마무리했다.
무속인 전씨는 김 여사와 공모해 지난 2022년 4~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을 받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 총 8000여만원에 이르는 금품 등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전씨가 김 여사의 해외 순방 일정을 확인하고 윤 전 본부장에게 고가 물품을 건넬 구체적인 일자도 알려줬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한편 특검은 전씨 측이 금품을 윤 전 본부장에게 받아 김 여사 측 유 전 비서관에게 세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처음 내놓은 데 주목하고 다음 기일에 재판부에 석명(釋明)을 구할 방침이다. 석명은 재판장의 권한으로,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 등 사건 당사자에게 분명하지 않은 사실관계 등을 설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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