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100여건 부정수급 공식 확인…지자체 중 첫 사례
"3년 넘게 구조적 부정 의심…최소 수억원대 예산 새나간 정황"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교통 소외지역 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강원 태백시 ‘희망택시’ 제도가 일부 택시기사와 주민의 담합에 의한 부정수급 의혹으로 신뢰 위기에 놓였다.
13일 태백시에 따르면 2018년 6월 도입된 희망택시는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오지 마을 주민이 자부담 1500원만 내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48개 마을 1244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다. 시는 2024년 사업비로 5억7400만원을 편성했으며, 누적 예산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태백시가 자체 점검한 결과, 지난 6개월간 최소 100건이 넘는 부정수급 사례가 공식 확인됐으며, 부당 지급된 보조금 규모는 상당액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일부 주민은 실제 이용하지 않고 ‘희망택시 카드’를 기사에게 맡긴 채 결제만 처리하게 하거나, 콜센터를 통하지 않고 허위 운행을 등록했다며 정황증거와 자료들을 지난 5월 태백시에 제출했다.
일부 택시기사는 주민의 카드를 직접 소지하고 부정 결제를 반복했으며, 특정 기사는 마트·치킨집 등 상업용 운행에도 희망택시를 악용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 A씨는 “부정수급은 매월 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시스템 허점을 악용한 구조적 문제”라며 “3년 이상 반복돼온 조직적 범죄가 의심되는 만큼 경찰수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태백시 관계자는 “콜센터 결제 기록과 운행 일지를 대조 중이며 일부 사례는 사실로 확인됐다”며 “부정수급이 확인된 경우 보조금 환수 및 수사의뢰까지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력 부족과 조사 범위가 넓어 어려움이 많다”며 “조사를 마쳐야 부정수급 금액과 환수 액수 및 수사의뢰 범위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지자체가 시행 중인 희망택시 제도 가운데 지속적 부정수급이 확인된 것은 태백시가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희망택시는 콜센터 배차 문자만으로 결제가 가능해, 이용자가 실제 탑승하지 않아도 카드만 있으면 보조금이 청구되는 구조적 허점이 있다”며 “이 같은 시스템 결함이 악용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위청준 태백시민행동 위원장은 “공익사업 취지가 무너진 만큼 철저한 수사와 공익제보자 보호가 병행되어야 한다”며 “보조금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태백시는 지난 3월 각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에 ▲카드 타인 양도 및 기사 보관 금지 ▲담합 결제 금지 ▲대상 마을 외 운행 금지 등을 담은 부정사용 방지 지침을 하달했지만, 이번 조사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시 관계자는 “부정수급 적발 시 보조금 전액 환수 및 3년간 이용 제한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라며 “관리 인력과 시스템을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지역 교통전문가는 “희망택시는 노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복지형 사업인데,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다면 제도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며 “지자체의 데이터 검증체계에 대한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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