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戰 2년]"복수가 아닌 치유를"…이스라엘 전역서 추모 행사

기사등록 2025/10/08 09:41:29 최종수정 2025/10/08 09:54:24

유가족 "2년 전과 같아…여전히 '10월 7일'"

"며칠 안에 인질 풀려날지도"…협상에 희망

가족 주최 대규모 추모…정부 공식 행사는 16일

[텔아비브=AP/뉴시스]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추모객이 2년 전 하마스 공격으로 살해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5.10.08.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가자지구 전쟁 발단이 된 하마스의 공격 2주년을 맞아 이스라엘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접경 지역의 노바 음악 축제 현장에는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이곳엔 370명 넘는 희생자들의 얼굴이 담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유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고인을 애도했다. 얼굴엔 눈물이 흘렀다.

슬픔과 함께 불완전한 진상 규명에 대한 분노도 컸다. 가족들은 성명에서 "2년이 지난 지금도 우린 여전히 답을 얻지 못했다"며 "그들의 조사는 가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눈에 모래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규탄했다.

2년 전 이곳에서 의붓딸과 그 남자 친구를 잃은 한 가족은 "2년 전과 오늘은 다를 바가 없다"며 "우린 출근하고 삶을 이어가지만, 아직도 10월 7일이라는 느낌이 떨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3㎞가량 떨어진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선 오전 6시29분 묵념으로 추모식이 시작됐다. 하마스가 로켓 수천 발을 발사해 이스라엘을 공격한 시각이다.

이곳에선 최소 62명이 살해되고 19명이 인질로 잡혔다.

[텔아비브=AP/뉴시스] 가자지구 전쟁 발발 2주년인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2년 전 하마스 공격에 살해된 희생자 사진들이 모여 있다. 2025.10.08.

유대인 추수 절기인 초막절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 전역 사업체는 대부분 휴업했다. 정부도 공식 추모 행사를 초막절이 끝나는 10월 16일로 연기했다.

시민들은 각지에서 크고 작은 비공식 행사를 열었다.

텔아비브 남쪽에 위치한 레호보트에선 이른 아침 20명가량이 모여 러닝에 나섰다. 레호보트는 가자지구에 인질로 억류 중인 군인 님로드 코헨의 고향이다.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지나가던 차량들도 경적을 울려 연대를 표했다.

텔아비브 인질 광장에선 수백 명이 모여 희생자와 인질을 기리는 조형물과 추모비에 묵념했다. 치료사 일라나 야하브(69)는 2년 전 많은 이들이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수년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 세 자녀를 데리고 온 츠릴 사손(38) 부부는 "부모로서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와 기억하고 기도하는 건 중요하다"며 "며칠 안에 인질들이 풀려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키부츠 레임=AP/뉴시스] 가자지구 전쟁 발발 2주년인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레임 인근 노바 음악 축제 현장에서 추모객들이 희생자 사진을 보며 애도하고 있다. 2025.10.08.

저녁 텔아비브에선 인질 및 희생자 가족 단체가 주최한 대규모 추모 행사가 열렸다. 약 3만 명이 참석해 희생자를 기리고 정부에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석방된 인질 오메르 솀 토브는 "우리의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인질 48명과 그 순간을 기다리며 숨 쉬고 기도하는 가족들과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딸과 어머니를 키부츠 공격으로 잃은 한 유가족은 "우린 복수가 아닌 치유를 원한다"며 "우린 두려움을 이기고 희망을 찾고자 한다. 증오를 극복하고 인간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형이 가자지구 억류 중 사망한 가족은 "10월 7일은 우리가 잃은 이들을 추모하는 날일뿐만 아니라, 무책임하고 실패한 지도력, 책임을 저버린 날을 기억하는 날"이라며 "우린 그날 이스라엘 국가를 더 나은 현실로 이끌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규탄했다.

[칸유니스=AP/뉴시스] 2023년 10월 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칸유니스 인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파괴된 이스라엘 전차 주변에 몰려들어 환호하고 있다. 2025.10.08.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로 로켓 5000발을 발사했다. 수천 명이 떼를 지어 장벽을 넘고 키부츠, 음악 축제, 이스라엘군 기지 등을 공격했다. 1200여명이 살해되고, 251명이 인질로 잡혀갔다.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잔혹한 날이었으며, 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날이었다. 이스라엘은 즉각 대응에 나섰고, 2년 동안 민간인과 전투원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6만7000여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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