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소환조사 마무리…연휴 이후 尹 조사 예정
특검, '기록 회수·박정훈 항명 수사 尹 관여' 진술 확보
尹, 소환 조사 응할지는 미지수…방문 조사 가능성도
7월 2일 수사를 개시한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94일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윤 전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한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 외압 의혹이 촉발된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다는 사실을 회의에 배석한 조 전 실장, 임 전 비서관,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으로부터 확인했다.
특검팀은 격노한 윤 전 대통령이 오전 11시54분께 조 전 실장과 임 전 비서관만 남긴 자리에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며 질책했다는 진술을 임 전 비서관에게 확보했다.
그간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부인했던 이 전 장관 측은 특검팀 조사에 앞서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부터 이어진 소환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렇게 줄줄이 엮으면 어떡하냐'고 질책성 우려의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회의 직후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휴대전화를 통해 김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채 상병 사망 사건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 일정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수사 기록 이첩은 보류, 분리 파견 상태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정상 출근시킬 것을 지시했다.
채 상병 사건 기록 회수와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대령) 항명 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도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시원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기록 회수 지시를 받은 것 같다'는 진술을 얻었다. 또한 이 전 비서관은 박 대령 항명 사건을 심리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 내정 사실을 윤 전 대통령이 보고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2023년 8월 2일 국방부 검찰단은 채 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하고 이를 이첩한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14일 박 대령 측이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면서 항명 혐의 수사가 적정한지 논의하기 위한 수심위가 25일 개최됐다. 당시 수심위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사외압 관련해서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후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구명로비 의혹 관련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미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의 소환 시기는 추석 연휴 이후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 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7월 10일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구속영장을 집행하면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문제를 들며 특검 조사와 재판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실패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13회째 불출석했다.
정 특검보는 지난달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은 정점에 있는 핵심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사가 필요하다"며 "대면조사를 원칙으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특검에서 윤 전 대통령이 보인 태도를 봤을 때 어려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논의해보려고 하지만 지금은 특별히 다른 방식을 먼저 고민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해병 특검 수사대상의 본류에 해당하는 수사 외압 사건은 모든 의혹이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모인다는 점에서 대면조사를 통해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경우 방문 조사 등 다른 방안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 이 전 장관, 김 전 사령관, 박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국방부검찰단장 등 주요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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