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연방정부 업무 상당 부분이 일시 정지되는 ‘정부폐쇄(셧다운)’가 6년만에 다시 재현된 10월 1일 중국에서는 국경절 축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은 마오쩌둥이 1949년 1월 홍군을 이끌고 베이징에 입성한 뒤 그해 10월 1일 천안문 성루에서 “신중국은 성립됐다”고 외친 날이다.
마오가 신중국을 선포했을 당시 서남부와 일부 섬 등에는 장제스의 국민당 군대 70여만명이 대만으로 철수하지 않고 저항하고 있었다. 중공군이 하이난섬을 점령한 것은 1950년 6·25 전쟁 불과 2개월여 전이다.
중국 관영 중앙(CC)TV와 글로벌 타임스 등 언론은 1일 톈안먼 광장 국기 게양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전국 각 지에서 국경절 국기 게양식을 보기 위해 몰려오는 것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더욱 부각해서 집중 보도하는 듯했다.
남녀노소 수천명의 국민들이 비행기나 기차 등으로 전날 베이징에 도착해 광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밤을 세워 기다리다 국기 게양식을 보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내보냈다.
관영 TV는 전국 네트워크를 연결해 전국 각 지에서 올해 76주년을 나타내는 ‘76’ 등 글자를 연출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국경절을 축하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톈안먼 광장에서 인터뷰한 20대 청년은 “군에 입대해 조국을 지키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국경절을 맞아 중국에 대한 ‘자부심과 감격’을 토로했다.
사회주의 중국의 관영 언론이 국경절을 홍보하는 ‘선전’의 의미가 담뿍 담긴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국경일을 맞아 56개 민족, 14억 인구가 하나 되는 것을 강조하고 상당수 국민들이 애국심을 고양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사실이다.
국경일 하루 앞서 30일 인민대회당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과 국내외 귀빈 800명이 크고 작은 원탁에 앉아 국경절 연회를 가졌다.
연회장에는 각 지역과 민족, 홍콩 마카오행정구, 대만 동포 및 화교, 중국 주재 각국 대사와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해 단결을 내외부에 과시하는 듯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화민족과 중국식 현대화, 다자주의 등을 강조하며 국내외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구 상공 약 400km의 톈궁 우주정거장에서 선저우 20호 승무원 3명이 조국과 국민에 국경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글로벌 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은 1일 워싱턴의 워싱턴기념탑과 의회의사당이 폐쇄되고, 국립문서보관소가 문을 닫았다.
연방 공무원 75만 명 가량의 업무가 중단돼 공공 서비스가 중단되면 도처에서 국민들의 불편이 누적될 것이다.
교통안전청(TSA) 직원과 항공관제사들은 무급으로라도 근무해서 교통 항공 안전 관련 업무는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 오히려 낯설다. 이런 업무가 ‘정상대로’ 작동된다고 알릴 일인가.
이 보다 한 단계 더 내려가면 전기 수도 공급은 정상대로 이뤄진다고나 하지 않을지, 뉴욕이나 워싱턴의 뒷골목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 정부 효율부 수장을 맡았던 일론 머스크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선물한 전기톱을 들고 연방 정부 조직과 인원 감축에 나선 것처럼 미국의 현재 혼란이 정부 조직과 예산 효율화의 진통인지 제3자가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10월 1일 미국과 중국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조적인 모습은 표면적인 것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에 발표해 충격을 주었던 딥시크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앱이 개발되는 데는 IT 기업도 돈벌이 못지 않게 국민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지침도 작용했다고 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도 외부의 공세가 심해지면 내부 단결과 인내 등을 통해 버티고 시간을 벌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치밀하게 후일을 준비했다.
그에 비하면 미국은 공화 민주당 정파적 이해 뿐 아니라 미국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도 길을 잃은 듯 혼란과 분열이 극심하다.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의 총격 피격 사건을 포함한 잇단 정치적 테러 사건은 미국 정치 사회의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은 마치 출혈이 계속되는 환자와 같아서 그에 따른 후유증은 좀 더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더욱이 미국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면 전세계가 함께 요동을 치고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에 있는 한국은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고개를 들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벌어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심란하고 착잡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자주 국방은 필연”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되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자주 국방이 필연’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 다가오게 하는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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