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해외 경영'·최태원 'APEC'…재계 총수들, '바쁜 연휴'

기사등록 2025/10/02 11:03:24 최종수정 2025/10/02 12:10:24

추석 연휴에도 쉴 새 없이 '경영 행보' 이어가

내년 경영 불확실성…사업 준비와 실행에 만전

[서울=뉴시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9월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소재 그루파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가대표 선수단과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삼성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 SK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최장 열흘에 달하는 추석 연휴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경영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2차 상법 개정안, 이른바 '더 센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열풍 이후 내년 경기 전망에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퍼지는 가운데, 주력 사업의 활로를 뚫고 새로운 사업을 가속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추석에도 해외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동안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법정이 쉬는 명절 연휴마다 해외 사업장과 파트너사를 돌며 글로벌 경영에 매진해 왔다.

지난해 추석은 유럽을 찾아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을 격려했고, 202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했다. 2022년에도 멕시코와 파나마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에 힘을 보탰다.

올해도 관세 불확실성과 반도체 산업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글로벌 경영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만큼 현장 경영의 필요성이 높다.

특히 메모리 슈퍼사이클 전망이 나오는 등 한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이 역대급 반등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큰 만큼, 주요 고객사가 모인 미국이나 중동 등 신흥 국가를 찾아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28∼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2025'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는 21개 회원국의 정상들이 참석할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만큼 전 세계 주요 기업인들이 찾을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APEC 행사인 'CEO 서밋'의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직접 초청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있다.

최 회장의 열의로 이번 APEC 행사에는 황 CEO, 올트먼 CEO를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 글로벌 AI 산업의 '빅샷'(실세)들의 참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비공식 비즈니스 미팅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제8차 준비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9.05. scchoo@newsis.com

◆현대차·LG그룹 정중동 행보…내년 준비에 몰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해 내년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됐다. 상반기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했다면, 하반기에는 '미래차 전략 가속화' 쪽에 힘을 싣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브랜드 '플레오스(Pleos)'를 앞세워 향후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을 SDV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수소 생태계 추진에도 속도를 낸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과 만나 글로벌 수소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수소경제 육성에 나서고 있는 만큼, 양사 협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광모 LG 회장도 경영 현안을 챙기며, 내년 사업 전략의 실행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실행할 것을 모두에 당부했다. 그는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를 위해선 생산력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AX 전략 실행에 몰입할 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 회장은 AI와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 tech) 등 이른바 'ABC' 사업에 힘을 싣고 있고, 이들 신성장 분야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재계는 내년도 사업 준비를 구체화한다. 내년에는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그룹 의사결정의 시기를 조금씩 앞당기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오는 11월 말 사장단 인사와 12월엔 글로벌 전략회의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에 돌입한다.

SK그룹도 이르면 이달 말 이후부터 사장단 인사와 내년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CEO 세미나'가 예정돼 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연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내년도 사업 전략과 비전을 제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