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2위 부상, 다카이치 주춤…총재 선거 판세 요동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의원표에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서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뒤를 쫓고 있으며 당초 양강 구도로 꼽힌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세 확산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9일까지 자민당 소속 의원 295명 중 2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72명의 지지를 확보해 1위를 차지했다.
무파벌 의원 33명을 중심으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등 당내 중진들의 지원을 등에 업었다
현직 각료 중에서도 스즈키 게이스케 법상, 아사오 게이이치로 환경상 등 6명이 지지를 밝혔다. 부대신·정무관까지 포함하면 22명에 이른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57명의 지지를 얻었다.
옛 기시다파 의원 26명을 결집시켰고 이시바 내각의 현직 각료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37명으로 3위에 머물렀다.
옛 아베파 17명이 지지를 표명했고 여성 의원들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외연 확장은 지지부진하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은 31명,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29명을 확보했으나 모두 고전 중이다.
조사에 응한 의원 270명 가운데 44명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고이즈미, '실수 줄이기' 전략으로 안정 노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번 선거에서 실수를 최소화하며 '지지층 굳히기' 전략을 택했다.
선택적 부부별성 도입이나 해고 규제 완화 등 과거 보수층의 반발을 샀던 개혁적 주장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맥락에 맞지 않는 발언으로 총재 적합성을 의심 받았던 전력이 있어 이번 토론회에서도 응답 요령집을 읽으며 실수를 피하려는 모습이 부각됐다.
일본기자클럽 토론회에서는 기자들이 "왜 그렇게까지 조심하느냐"고 추궁하자 그는 "종이를 읽었다고 해서 내 말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최근 선거 캠프 관계자의 '댓글 조작' 의혹으로 곤경에 처했으나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겨냥한 비방 글에도 표심이 크게 이동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카이치, '당원표 역전' 전략…확산력은 한계
당초 양강 구도로 꼽혔던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지세 확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기자단에 "후반에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제 생각을 전하겠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30일에는 아소 다로 전 총리를 찾아 다시 한 번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총재선거에서 당원·당우 20만표 이상을 얻어 1위를 했지만 결선에서 '반 다카이치' 표가 이시바로 쏠리며 역전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당원 지지에서는 강세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나라 사슴을 발로 찬다"는 발언은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는 "불안과 분노를 선동하는 방식"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샀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지지를 모으고 있으나 외연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캠프 측은 당원표 대승을 통해 결선에 진출한 뒤, "당원의 민의를 무시할 수 있느냐"는 압박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최대 변수는 당원표와 낙선 후보 행보
당원 민심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풀스펙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당원·당우 표는 의원표와 동일한 295표 규모다.
결선에서 당원 의사를 거스르는 결과가 나오면 당내 반발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1차 투표 1위가 결선에서 역전패한 사례는 지금까지 세 차례뿐이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향배도 승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하야시 관방장관은 모두 '이시바 노선 계승'을 내세워 정책적 친화성이 높아 결선에서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고이즈미 측은 하야시가 표를 늘릴수록 결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결선에 오를 경우, 하야시 관방장관 지지표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카이치 측은 고바야시, 모테기 지지층 흡수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