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美 에너지부 정책 대출 '27조'
"영업현금흐름 웃도는 투자, 채무부담 커져"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채무 부담도 덩달아 높아졌다.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대출받은 정책자금은 약 27조원에 달한다. 향후 채무부담을 완화하지 못할 경우, 신용 위험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미국 에너지부 정책자금 대출 규모는 196억7000만달러로 한화 2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35억달러(약 3조5000억원), SK온이 96억3000만달러(약 13조4000억원), 삼성SDI이 75억40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자동차(OEM) 업체들과 합작회사(JV) 형식으로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스텔란티스, 현대차그룹, 혼다와 JV를 설립했고, SK온은 포드, 현대차그룹과 JV를 만들었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 GM 등과 손잡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9월말을 기점으로 전기차(EV)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종료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나 미국 EV 시장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실적 부진으로 외부자금 조달을 진행한 바 있다.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는 자본성 자금조달을 통해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다.
삼성SDI는 1조6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을 통해 총 8조원의 자본확충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향후 가동률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무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개선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미국시장 의존도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당분간 가동률 제고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자체 영업현금흐름을 상회하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채무부담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배터리 기업은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이익 창출력 개선을 통해 채무부담을 완화하지 못할 경우, 신용위험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수익성이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경우 적시에 자기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무안정성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 신용 부담도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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