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스마트폰 디자인으로 현대미술을 구현하려 한 걸까"

박스에서 낫싱의 '폰 (3)'을 꺼내 든 순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사실 기기가 담긴 포장 박스부터도 범상치 않았다. 흔히 스마트폰들이 카메라 렌즈를 갤럭시와 같이 일자형, 혹은 아이폰 같은 삼각형으로 배치하는 것과 달리 폰 (3)는 확실히 독특했다.

낫싱은 현대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삼열 레이아웃' 형태로 카메라 렌즈를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마치 개성 있는 현대 건축물들처럼 3개의 렌즈가 별다른 규칙성 없이 기기 후면에 흩뿌려져 놓은 듯 했다.

폰 (3)은 투명한 디자인과 독특한 후면 LED 배열로 관심을 얻었던 영국의 테크 스타트업 낫싱의 첫 플래그십 폰이다. 투명폰이라는 정체성은 다소 퇴색됐지만 여전히 특이한 디자인을 고수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고 그만큼 성능이나 카메라 등이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낫싱은 재밌고 개성있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폰 (3)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건 후면의 독특한 카메라 배치와 '글리프 인터페이스'다. 특히 폰 (3)에서 기기 후면 상단에 새롭게 자리 잡은 '글리프 매트릭스'는 기존의 단순한 알림용 LED 라이트에서 벗어나 489개의 마이크로 LED로 구성된 미니 디스플레이로 진화했다.

화면을 끈 채 책상 위에 엎어놓으면, 글리프 매트릭스가 조용히 빛을 내며 현재 시간을 알려준다. 알림이 도착하면 픽셀화된 아이콘이 깜빡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문자 메시지, 전화, 카카오톡 알림까지 미리 설정해 둔 대로 픽셀 아트로 표현되는 아이콘을 보고 어떤 알림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글리프 매트릭스를 통해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실용성까지 잡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간혹 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테이블에 폰을 뒤집어서 놓더라도 시간이나 간단한 알림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 중이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작거릴 필요가 없는 셈이다.
또 폰 (3)의 후면에는 글리프 매트릭스 바로 아래 터치 방식의 물리적 버튼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 버튼을 누르면 글리프 매트릭스가 '글리프 토이즈'라는 미니 게임과 도구 모음으로 변신한다. 스톱워치부터 배터리 잔량 표시기, '병 돌리기' 같은 미니게임까지 제공된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폰 (3)은 낫싱의 정체성을 더 강화했다. 첫 제품에서부터 시작된 독특한 기하학적 디자인과 함께 폰 (2) 대비 18% 얇아진 1.87㎜의 베젤을 적용해 전면은 더욱 깔끔하고 몰입감 있는 화면을 제공한다.

폰 (3)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차별화에 나섰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퀄컴 스냅드래곤 8s 4세대 칩셋은 기존 폰 (2)에 비해 CPU 성능 36%, GPU 성능 88%가 향상되는 등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지만,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되기에는 다소 아쉬운 성능이다. 가격 또한 최상위 모델인 만큼 109만9000원이라는 점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낫싱은 "기술은 지루해졌다. 모든 스마트폰이 똑같이 생겼고 똑같은 기능을 한다"고 지적하며 "폰 (3)는 기술을 다시 개인적인 경험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해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들이 하나의 정답 형태로만 개발되고 있는 만큼 재미와 개성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접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낫싱의 폰 (3)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추면서 독특한 개성을 선보이고 있다. 스펙보다는 감성을 더 중시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는 폰 (3)가 제3의 선택지 혹은 세컨드폰 등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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