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길게, 더 튼튼하게'…100년 가는 아파트의 비밀[주거의 미래]⑤

기사등록 2025/10/06 08:00:00

재건축 시대 끝…'장수명 주택' 기술이 바꾸는 주택 수명 혁명

세종시 다정동 가온마을9단지 블루시티아파트 장수명주택에 적용된 기술. 자료 국토교통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우리나라 아파트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 안팎이다. 지어진 지 30년만 되면 재건축 논의가 시작되는 순환 구조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환경 부담을 초래해왔다.

이러한 낡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는 건물을 짓는 순간부터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주택, 즉 '장수명 주택' 건설에 집중하며 주택 수명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잦은 재건축 대신 지속 가능한 주거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100년 아파트'의 기술을 살펴본다.

◆구조체와 비구조체의 완전 분리
장수명 주택의 핵심은 '가변성'과 '수리 용이성'이다. 건물의 뼈대인 구조체는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쉽게 낡고 교체가 필요한 비구조체(설비, 내벽, 마감재)는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기술의 요체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라멘(Rahmen) 구조의 도입이다. 기존 벽식 구조 아파트와 달리, 라멘 구조는 기둥과 보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벽은 단순한 칸막이 역할만 하도록 설계된다. 이 덕분에 거주자가 원하는 대로 내부 벽을 허물거나 새로 세우는 것이 자유로워져, 주택의 수명과 무관하게 평면을 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 이는 곧 건물의 활용도를 높여 수명을 연장하는 핵심 원동력이 된다.

◆배관 설비 시스템의 혁신
자료=서울시
아파트 수명을 단축시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노후화된 배관 설비다.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 물을 끊고 벽이나 바닥을 뜯어내야 하므로, 공사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

장수명 주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관을 건물 외부에 노출하거나, 공용구간인 피트(PIT) 공간에 통합 배치한다. 세대 내부의 벽을 뜯을 필요 없이 공용 공간에서 배관 점검과 수리가 가능해지므로, 설비 교체 주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건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욕실을 모듈형으로 설계해 문제가 생겼을 때 욕실 전체를 통째로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되어 수리 및 보수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장수명 주택 인증제'의 역할
정부 역시 주택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장수명 주택 인증제'를 도입해 아파트가 얼마나 오래,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 이 인증은 최우수, 우수, 일반 등급으로 나뉘며, 높은 등급을 받을수록 용적률 인센티브 등 혜택을 제공받는다. 이는 건설사들이 초기 건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장수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장수명 주택은 단순한 건물을 넘어, 환경 보호와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큰 가치를 담고 있다. 잦은 재건축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주거 공간의 지속 가능성이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가치로 떠오르면서, '100년 아파트'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주거 혁명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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