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민씨, 컴퓨터 프로그래머 꿈 키워 와
'작은 빛과 같은 희망' 품고 장기기증 결심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9일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 김규민(21)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돼 떠났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14일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중 익수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지만 김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고 이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김씨가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서 점점 악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장기기증을 통해 아이의 일부가 이 세상에 남아 함께 살아갈 수 있고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작은 빛과 같은 희망을 품고 기증을 결심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씨는 공기업에 다니는 아버지를 따라 경주로 이사 와 초·중·고를 졸업하고 포항에 있는 공대에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했다. 어려서부터 데이터 센터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꿔왔고, 그 꿈을 위해 늘 노력하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대학에 입학 후 클라이밍, 기타, 피아노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가졌고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평소, 과묵한 성격이었지만 집에서는 부모님께 애교가 많은 착한 아들이었고, 4살 아래 여동생에게는 뭐든지 말하면 들어주는 자상한 오빠였다고 한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빠,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 주고, 또 커다란 기쁨을 안겨준 사랑하는 규민아. 하늘에서 못 이룬 꿈들 다 이루고, 예쁜 별이 돼 하고 싶었던 것들 모두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 너무 보고 싶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우리 가족도 잘 살아갈게. 사랑한다. 아들아. 안녕."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김규민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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