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수출 98.5% 무관세…'6억유로 절감'
인니, 팜유 등 무관세로…공급망 협력
"기업·농민에 기회…원자재 공급 안정"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유럽연합(EU)과 인도네시아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전쟁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협상 개시 9년 만에 타결됐다.
EU 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를 통해 "EU와 인도네시아는 오늘 CEPA와 투자보호협정(IPA)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CEPA란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인 관세 철폐에 국가간 경제 협력 강화를 더한 포괄적 협정이다. 한국도 인도네시아와 CEPA를 맺고 있다.
2016년 7월 시작된 EU-인도네시아 CEPA 협상은 9년 만인 지난 7월 정상간 정치적 합의를 거쳐 이날 최종 마무리됐다.
지난해 7월 열린 제19차 협상에 이르기까지 8년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이견을 빠르게 해소하고 합의를 이끌어냈다.
EU 전문 매체 유락티브는 "EU와 세계 최고 성장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의 CEPA 회담이 10년 가까이 이어지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나라에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한 직후 종료됐다"고 표현했다.
CEPA가 시행되면 인도네시아는 EU 상품 품목의 98.5%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EU는 이로써 연 약 6억 유로(약 99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EU는 특히 유제품, 육류, 과일·채소 등 EU의 주요 농축산물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집행위는 "유럽 농부들의 큰 승리"라며 "인도네시아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훨씬 더 나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EU는 인도네시아산 쌀, 설탕, 바나나 등 민감한 농산물 수입에 대해서는 기존 관세를 유지함으로써 국내 농산업을 보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최대 18%의 EU 관세가 적용되던 핵심 수출품 팜유를 할당량 내에서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양측은 또 자동차·농식품 등 주요 상품에 대한 수출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원자재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방산·우주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인 니켈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은 기업과 농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녹색·철강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다만 CEPA가 발효되려면 양국의 비준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CEPA 초안이 EU 이사회에서 '가중 다수결(27개국 중 15개국 이상 찬성, 찬성국 총 인구가 EU 전체의 65% 이상일 경우 가결)'로 통과되면 양국 의회로 송부되고, 양국 의회가 동의하면 협정이 발효된다.
유럽의회 표결은 과반수 동의만 얻으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지만, 인도네시아 의회에서는 수차례의 청문회와 정당간 협의를 마무리한 뒤 본회의 가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국과의 CEPA 비준에는 2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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