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중국 화웨이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화웨이는 이를 내년부터 신형 인공지능(AI) 칩인 '어센드(Ascend) 950PR'에 적용하겠다고 밝혀,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품 개발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열린 연례행사인 '화웨이 커넥트'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향후 3년간의 AI 칩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화웨이는 행사에서 내년에는 차세대 AI 칩 '어센드(Ascend) 950'을 비용 효율적인 '950PR'과 고성능 작업을 위한 '950DT' 등 두 가지로 나눠 출시하고, 이들 제품에 자체 개발한 HBM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950PR에는 'HiBL 1.0'을, 이어 4분기 출시되는 950DT는 'HiZQ 2.0'을 각각 탑재한다.

필요한 성능과 효율에 맞춰 AI 반도체를 계층화하고, 각각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추론의 단계를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과 '답안을 만드는' 과정으로 나눠 서로 다른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자의 경우 컴퓨팅 집약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고용량·고대역폭의 메모리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비용 효율적인 메모리를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이 솔루션에 들어가는 HBM의 메모리 용량은 128GB(기가바이트), 대역폭은 1.6TB/s 수준이다. 화웨이는 "최신 HBM3E나 HBM4E보다 비용 효율적"이며 "고객이 투자를 줄이면서 적정 수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후자의 경우 데이터를 막힘 없이 빠르게 읽어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대역폭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HiZQ 2.0'가 144GB 메모리와 4TB/s의 메모리 액세스 대역폭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칩은 AI 모델 학습에도 최적화돼 있다.

화웨이는 이어 ▲2027년 4분기 어센드 960 ▲2028년 4분기 어센드 970을 내놓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모든 신제품은 매년 출시되며 컴퓨팅 성능이 2배씩 향상될 것이라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화웨이의 이번 발표는 중국 AI 반도체 자립의 가장 중대 과제가 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인해, HBM 확보가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1300만개의 HBM을 대량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화웨이가 HBM 재고 소진 이후에도 AI 반도체 생산을 이어갈 지가 최대 관건으로 여겨졌다.

화웨이가 자체 HBM을 어떻게 생산할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만일 제조 자립화 역시 성공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HBM 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쉬즈쥔 화웨이 부회장 겸 순환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SuperPoD)가 내년 하반기에 출시되는 루빈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의 엔비디아의 NVL144 시스템보다 6.7배 더 강력한 컴퓨팅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스템에는 최대 8192개의 어센드 칩이 탑재되며, 메모리 용량은 15배 더 큰 1152TB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내년 4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쉬 회장은 "어센드 칩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더 많은 데이터 형식을 지원하며 대역폭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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