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공사, 일시 중단…예술인 등 항의

기사등록 2025/09/20 17:47:38

시, 안전진단 E등급 안전문제로 철거결정

현장 찾은 전문가들 "건축사적 가치 충분"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20일 오후 서귀포시 서귀동 관광극장의 철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5.09.20.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에 위치한 관광극장 철거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20일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이날 서귀포시 서귀동 관광극장 건물 철거 공사가 현장을 찾은 도내 건축 전문가들과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의 항의로 중단됐다. 공사는 전날 야외공연 무대와 벽체 철거부터 시작됐다.

1960년 준공된 관광극장은 1963년 당시 서귀읍 최초의 극장을 개관해 운영됐다.

시는 관광극장이 정밀안전진단 결과 E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철거 수순을 밟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을 찾은 전문가들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철거 공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현장을 찾은 한 건축 전문가는 "극장을 둘러싼 ㄴ자 벽면을 오늘 허물었는데 이 벽면을 이루는 돌도 철거됐다"며 "건축물 뿐만 아니라 이 돌들도 가치가 충분해 보존·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지역 건축 전문가들과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서귀포시 서귀동 관광극장 철거 공사 현장을 찾아 항의하고 있다. 2025.09.20. ijy788@newsis.com.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도 "철거 소식을 듣고 현장에 왔는데 서귀포 최초의 극장인 관광극장은 건축자산인 만큼 역사·문화적 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1995년 한국근대건축물을 대표했던 제주대 옛 본관 철거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건축문화의 수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는 이날 공사를 일시 중단한 뒤 이날 현장을 찾은 전문가들과 대책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1999년 극장이 폐업한 뒤 소유주가 건물 관리 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 시는 극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에 때라 2003년 건물과 부지를 매입,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이후 안전 문제로 철거를 결정하고 야외공연장 벽체를 우선 철거한 뒤 본 건물은 내년 철거할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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