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법률로 급여 상당 금액, 종신 연금으로 받아
65명 의원, 기존 무료 제공차에 고급 SUV 제공하려다 시위 촉발
자동차 제공 반대 시위, 종신 연금 폐지로까지 확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인도네시아와 네팔, 필리핀에서 국회의원 등 권력층의 부패와 호화, 사치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티모르에서도 변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동티모르에서 대학생 등 시민들의 시위로 국회의원들에게 고급 자동차를 새로 제공하려던 계획이 백지화됐다.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던 급여 만큼의 종신 연금도 폐지됐다.
◆ 급여 상당 종신 연금 폐지
동티모르 의회는 17일 국회의원의 종신 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동티모르 국회의원은 2006년 통과된 법률에 따라 급여에 상응하는 연금을 받았다.
의회는 17일 성명에서 시위 대표자들과의 회의를 거쳐 해당 법률을 무효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 대표 중 한 명인 크리스토바오 마토(27)는 “합의를 따르지 않으면 더 큰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이같은 합의가 나온 날 딜리 의회 건물 근처에는 약 2000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의회가 16일 의원들에게 신차 구매 계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신차가 배달되고 있다는 등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 새로 고급 승용차 받으려다 역풍 맞아
동티모르 주요 정당들은 최근 국회의원 65명에게 도요타 새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지급하기 위해 예산 420만 달러를 편성했으며 구매 입찰은 이달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이 계획에 반발한 동티모르 대학생 2000여명은 15일부터 수도 딜리에서 공공기관 건물을 파손하고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를 벌였다.
16일 대학생 등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타이어를 태우고 정부 차량에 불을 질렀고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시위 몇 시간 후 정부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국회의원에 대한 차량 무상 제공 계획을 철회했다고 BBC 방송은 17일 보도했다.
시위는 처음에는 자동차 무상 제공 문제로 시작돼 임기를 마친 의원들의 종신 연금을 폐지하라는 요구로 확대됐다.
한 학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데 업무용으로 새로 고급차를 사려는 의원들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의원들은 이미 정부에서 제공한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기존 차량이 아직 양호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새 차량을 사줄 계획이어서 반발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의회연맹에 따르면 동티모르 의원들의 2023년 기준 연봉은 3만 6000달러(약 4990만원)이다. 이는 2021년 국민 평균소득인 3000달러보다 10배 이상 많은 금액이라고 BBC는 전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무료로 차량이 제공되고 있으며 2000년대부터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008년 경찰은 국회의원들의 신차 구매에 100만 달러를 지출한다는 계획에 항의한 학생 여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은 신차 구매 반대 시위가 격화하자 16일 예산에 명시된 신차 조달 절차를 취소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파스대학교 경제학부 학장인 카에타노 C. 코레이아는 “신차 구매 계획은 불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20년 이상의 점령 끝에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는 여전히 심각한 불평등, 영양실조, 실업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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