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3년' 공정위, 카카오·쿠팡 제재 성과…플랫폼법 입법은 숙제

기사등록 2025/09/16 06:00:00 최종수정 2025/09/16 07:18:24

'콜 차단·몰아주기' 카카오모빌리티 제재…2심 패소

'검색 알고리즘 PB상품 우대' 쿠팡에 과징금 1600억

필수품목 협의제·동일인 판단 기준 명문화 등 성과

확률형 아이템 관련 역대 최대 집단 분쟁조정 보상

'사전지정→사후추정' 플랫폼법…끝내 매듭 못 지어

[세종=뉴시스] 한기정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이임식. (사진=공정위 제공) 2025.09.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한기정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임기 3년을 마치고 공정위를 떠났다. 한 위원장은 임기 동안 카카오모빌리티와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결국 플랫폼 내 독과점이나 갑을 문제를 다루는 플랫폼법 입법까지는 이루지 못한 한계도 남겼다.

16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한기정 전 위원장은 전날 이임사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독과점 남용 행위에 대한 엄정 조치를 성과로 꼽았다.

실제로 한 전 위원장 체제에서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 택시에 배차 콜을 몰아줬다는 '콜 몰아주기' 사건과 경쟁사에게 일반호출 콜을 차단한 '콜 차단' 사건으로 각각 과징금 257억원과 724억원을 부과 받았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 '콜 몰아주기'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단했고, '콜 차단' 사건에 대한 행정소송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인 쿠팡 역시 공정위의 제재를 피할 수 없었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PB상품을 우대한 사건에 대해 16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즉시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2024.11.06. bjko@newsis.com

한 전 위원장은 가맹분야 필수품목 협의제 등 정책 분야에서의 성과도 거뒀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사업 유지를 위해 특정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특정 물품이나 용역 등 품목들이다.

공정위는 필수품목 거래조건을 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점주와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필수품목 협의제를 지난해 12월부터 실시했다.

기존에는 불분명했던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문화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외국 국적을 가진 경우에도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국내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크패턴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웨딩 분야 등 민생 밀접분야에 대한 소비자피해 대응에도 나섰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넥슨코리아에 게임사 상대 역대 최고 과징금인 116억원을 부과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집단 분쟁조정 보상을 이뤄내기도 했다.

공정위 내부로는 지난 2023년 4월 조사-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이뤄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22년과 비교해 조직 개편 뒤인 2023년 사건 평균 처리 소요기간이 감소했다"며 "신속히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장. 2024.07.17. ppkjm@newsis.com

다만 공정위가 플랫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실시했던 상생협의체나 자율협약 등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2023년 3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소상공인 사이 갑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자율규제 방안은 상생 및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배달 플랫폼 입점계약 관행 개선, 분쟁처리 절차 개선 등 3가지를 골자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8월 "플랫폼-입점업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소상공인의 정책 체감 효과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자율협약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배달앱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 2025.01.03. jini@newsis.com

플랫폼법 입법 역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여전히 숙제로 남겼다.

당초 한 전 위원장은 2023년 12월 국무회의에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지정하고, 이들의 반경쟁행위를 규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전지정제도가 업계의 강한 반발을 낳자, 지난해 9월에는 법 위반 사항이 발생한 뒤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하는 사후추정 방식의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가 계엄 및 탄핵으로 사실상 입법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플랫폼법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게다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플랫폼법이 지목되면서 미국 측이 우려하는 독점규제 부분을 제외하고, 갑을문제를 다루는 공정화법을 우선 처리하는 방향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주 위원장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통상 협상이 너무나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행정부에서는 과감하게 독과점 규제에 대한 플랫폼법을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한국 경제의 갑을관계 문제는 오래된 문제고 통상 이슈와 독립적으로 법안 개정까지 고려하면서 국회와 소통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9.05. 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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