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고용 둔화·물가 불안' 이중 압박…시장, 0.25%p 인하 유력 전망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미국 경제가 고용 둔화와 물가 불안이라는 이중 압박을 받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시장은 이미 0.25%p(포인트) 금리 인하를 거의 확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과 정치적 갈등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17일 금리를 0.25%p(스몰컷) 인하할 가능성을 95%, 0.5%p(빅컷) 인하할 가능성을 5%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연준의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노골적인 압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 방침을 밝히자, 쿡 이사가 이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연방법원이 소송을 진행 중인 쿡 이사의 직무 복귀를 허용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즉각 항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판결을 내려 쿡 이사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해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회의를 하루 앞두고도 참석자 명단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WP는 "이번 회의는 연준 내부의 정치적 균열이 평소보다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 두 명은 금리 동결에 반대 의견을 내며, 3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이사가 동시에 이견을 표명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스티븐 미란이 빠르면 15일 저녁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것으로 보여, FOMC 회의에서 표를 행사하게 되면, 7명의 연준 이사 중 3명이 트럼프와 같은 입장으로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합의를 중시해 온 연준의 전통과 배치돼 통화 정책의 정치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리 결정을 둘러싼 경제 환경도 쉽지 않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상충된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노동 시장은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지만, 동시에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8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상승해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자리 증가도 2만2000개에 그쳐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2%)를 웃도는 연 2.9%를 기록 중이다.
연준의 핵심 고민은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비용 상승이 고착화될지 여부다. 기업과 가계가 물가 상승 지속을 예상하면, 임금 인상 요구와 가격 인상이 이어져 자가실현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준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일시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만, 그 효과가 재고·생산·제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너무 일찍 내리면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고, 너무 늦게 내리면 고용 시장에 불필요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적절한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금리 인하는 소비와 대출 여건을 개선해 경기 둔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높은 관세와 노동 시장 둔화로 인한 공급망 왜곡·투자 지연·노동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WSJ은 "금리 완화는 오히려 잘못된 정책에 힘을 실어 미국 경제와 국제적 위상을 해칠 수 있다"며 "연준은 시장이나 대통령의 압박이 아닌, 금리 인하의 위험을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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