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쏜 '성과급 개선안'…삼성 계열사 '흔들'

기사등록 2025/09/05 06:00:00 최종수정 2025/09/05 08:54:24

삼성전자·디스플레이·SDI 노조, 이재용 회장에 서한

"직원 사기·회사 신뢰 바닥"…그룹 차원 결단 촉구

SK하닉처럼 '영업이익 10%' 성과급 가능할지 주목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성과급 개선안'에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등이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을 수년째 이어가는 상황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성과급 내용이 담긴 임금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도 노동조합이 잇달아 성과급 개편 요구에 나선 가운데 삼성그룹 전반으로 이같은 요구가 확산될 지 주목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SDI지회는 전날 '삼성SI 성과급 제도 근본적 개선 요구' 제목의 공문을 이재용 회장과 최주선 삼성SDI 대표 및 경영진에 보냈다.

주 내용은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성과급 기준을 현재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아닌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실질적 노사협의체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삼성SDI 노조는 "EVA 방식은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복잡한 산식으로 산출되며 산정 과정과 수치가 구성원에게 공개되지 않아 임직원들 사이에 불신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기업이 구성원과 진정으로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삼성도 이에 걸맞은 변화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룹 차원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SK하이닉스의 임금협상 결과가 공개된 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주력 계열사 노조는 연이어 '성과급 개편'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도 이 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등에 성과급 제도 개정을 정식 요청했다.

노조는 "EVA 기준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라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않으면 성과급은 '0'이 될 수 있으며, 상한선까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특히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다 못해 이미 바닥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유하람 삼성 초기업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지부장도 이 회장과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게 성과급 제도 개편을 주장하는 서한을 보냈다.

유 지부장은 "EVA 방식은 지급률에 대한 산정방식이 투명하지 않았기에 영업이익 2조라는 실적에도 지급된 성과급은 0%라는 비상식적 결과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수 년간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이번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불을 붙인 형국"이라며 "그룹 차원의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임금인상률 6%와 새로운 성과급(PS·초과이익분배금) 기준을 담은 임금 교섭 합의안을 전날 역대 최고 찬성률인 95.4%로 통과시켰다. 이 합의안에는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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