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본사 APMA 캐비닛서 개인전
3일 개막 '프리즈 서울 2025'에도 출품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일본 팝아트 황제' 무라카미 다카시(63)가 ‘활짝 웃는 꽃’처럼 알록달록한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세속의 기준이라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행색이지만, ‘슈퍼플랫(Superflat)’ 미학으로 세계 미술계를 장악한 예술가에게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1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만난 그는 세계적인 갤러리 가고시안(Gagosian)이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마련한 팝업 개인전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을 통해 신작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 회고전 '무라카미좀비' 이후, 서울에서는 2013년 삼성미술관 플라토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이후 12년 만의 개인전이다.
전시는 무라카미의 대표 아이콘인 ‘웃는 꽃’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미 각종 굿즈로 확장된 이 꽃들은 회화, 조각, 금박화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되며, 귀여움과 소비,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일본 전통 회화 양식 ‘니혼가(nihonga)’에서 출발한 이 모티프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오타쿠 문화, ‘카와이(kawaii)’ 감성이 뒤섞여 무라카미 특유의 ‘슈퍼플랫’ 세계를 구축해왔다.
대표작 '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2025)는 해골 문양이 새겨진 금박 화면 위에 활짝 핀 꽃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친다. 일본 린파 화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Tachiaoi-zu', 무지개색 채색과 금박 마감으로 제작된 꽃 얼굴 조각 'Hello Flowerian'도 함께 소개된다.
특히 'Tachiaoi-zu'는 린파파의 거장 오가타 코린(1658~1716)이 금박 바탕에 접시꽃을 그린 병풍 '국화도'를 무라카미의 방식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전통과 동시대가 교차하는 무라카미의 미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라카미는 3일 개막하는 '2025 프리즈 서울'에서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갤러리 페로탕(Perrotin)과 가고시안 두 곳의 솔로 부스를 통해 동시에 작품을 선보인다. 세계 양대 갤러리가 한국 시장에 무라카미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입증하는 행보다.
APMA 캐비닛 전시는 10월 11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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