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을 넘어 다른 나라들까지도 화석 연료 사용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에서 전기자동차,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에 대한 연방 정부 지원을 폐지한 트럼프가 관세, 부담금, 기타 수단을 활용해 다른 나라들이 화석 연료 사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유럽과 중국, 브라질 등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풍력 발전에 대한 반감이 크다.

트럼프는 27일 각료회의에서 몇몇 나라들이 풍력 에너지로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 그들이 화석연료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2주 전 해운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정에 찬성하는 나라들을 관세, 비자 제한, 항만 수수로 인상 등을 동원해 처벌하겠다고 공약했다.

미 정부는 또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과 함께 석유를 이용한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는데 반대했다.

미 정부와 유럽연합(EU)이 지난달 무역 협정은 EU가 7년 동안 7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석유와 천연가스를 구매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에 대해 일부 유럽국들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계획과 충돌한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또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세계 석유 수요가 10년 안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경고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의 목표가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회복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 독립을 보장하며, 미국 가정과 기업의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청정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데 광범위하게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지구 온난화 위험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 리조트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옌 EU 집행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풍력 발전을 “사기”라고 비난했으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에서도 풍력 발전을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 인근에 풍력 발전소가 건설되는 것을 막으려다 실패했었다.

유럽에서 풍력 발전은 전체 발전 용량의 약 20%을 차지하며 EU는 오는 2050년까지 5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각국 외교관들이 미 정부가 국제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갈수록 더 공격적 전술을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회의 연설에서 탄소 중립 목표를 “사악한 목표”라며 영국의 2050년 탄소중립법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3월 기후변화 대응 등이 포함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비난하면서 “미국 정부는 미국인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후 이데올로기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는 올 여름 브라질에서 열리는 연례 유엔기후회의 준비회의에 불참했으며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에 t당 최소 100 달러를 부과하기로 합의한 지난 4월의 국제해사기구 회의에도 불참했다.

미 정부는 해사기구 협정 거부를 발표하면서 수수료 부과를 지지하는 나라들에 “보복할 것”이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가 체결한 다른 나라와의 거의 모든 무역 협정에 미국산 석유와 천연가스 구매 요구가 포함돼 있다.

한국은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일본은 액화천연가스와 첨단 연료 생산을 위한 에너지 인프라 생산 등을 위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을 약속했고 EU도 7500억 달러 상당의 원유, 천연가스, 기타 석유 파생 제품과 원자로 연료를 구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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