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첨으로 점철된 '투명한' 백악관 각료회의"-NYT

기사등록 2025/08/27 09:34:04 최종수정 2025/08/27 09:36:24

3시간15분 생중계된 노동절 기념 회의

각료들, 아첨과 트럼프 의제 강조에 전념

"기업이라면 '비효율적 회의 전형' 꼽혔을 듯"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노동절을 기념해 열린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의가 생중계됐다. 2025.8.2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반나절 가까이 백악관 각료회의를 생중계하는 동안 각료들이 트럼프에게 아첨하고 트럼프의 불만을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각료회의는 노동절을 기념하는 행사로 열렸다.

트럼프 집무실처럼 금박 새장 같은 느낌을 주는 내각 회의실에서, 각료들이 차례차례 발언하면서 하나같이 트럼프에게 찬사를 보내고 대통령의 불만과 정치적 야망이 담긴, 갈수록 늘어나는 과제들을 해결하고 있음을 강조하려고 애썼다.

과제들의 목록이 길어지는 만큼, 트럼프의 개인적 집착과 정치적 야망이 구체화되고 있었다.

미국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를 막기, 사형까지 불사하며 폭력 범죄 단속하기, 풍력발전기 반대, 도로 중앙분리대 개선, 갈수록 늘어나는 국제 분쟁 중재 시도 등이 언급됐다.

그러나 이날 가장 큰 뉴스였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약혼 발표에 대해선 트럼프가 말을 아꼈다.

회의 도중 스위프트 약혼 발표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트럼프는 “행운을 빈다.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에게 많은 행운을 빈다”고 답했다.

3시간15분 동안 진행된 내각회의는 다른 직장에서라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회의로 간주됐을 것이다.

실제 정책 의제는 정치적 구호에 비해 보잘 것 없었다. 다만 트럼프 말대로 투명성 만큼은 급진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회의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각료들이 연방 정부 당국자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했다.

로리 차베즈 노동장관이 트럼프에게 노동부에 와서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얼굴이 걸린 현수막을 보라고 촉구하는 등 각료들의 노골적 아첨이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때때로 정책이 언급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가 특별한 관심을 가진 사안들에 대해서만 언급됐다.

로버트 주니어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사능에 오염된 남아시아 국가들의 새우가 덤핑 수출돼 월마트에서 판매된다고 주장했다.

한때 고래 머리를 잘라 집으로 가져온 적이 있는 케네디가 풍력 발전을 격렬하게 비난하며 “당신(트럼프)가 고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의 아첨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트럼프마저 멋쩍어 할 정도였다.

위트코프는 트럼프의 가자 전쟁 지도력을 칭송했다. 이번 주 이스라엘의 가자 병원 폭격으로 언론인 5명을 포함해 2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나 스티코프는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코프는 “내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다. 노벨위원회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당신이 노벨상이 시작된 이래 가장 훌륭한 후보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회의 뒤 극우 성향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할 유일한 사람임을 위트코프가 강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위트코프를 가리켜 “당신이 내게 그 말을 여러 번 한 것 같다”며 “내 자존심을 세워주려는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이런 문제에서 나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도 했다.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도움이 됐지만 세부 내용이 노동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럼프는 법안이 “중산층을 위한 대규모 감세”라고 주장했다.

압도적으로 고소득자에게 혜택을 주며 저소득 가정에는 불리한 법안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그러나 진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생중계된 내각회의를 트럼프가 완전히 장악했다. 트럼프에게 이날은 3시간 넘게 주목을 끌 수 있었던 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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