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방어·기후변화 대응…유럽, '늪지대 조성' 고려"

기사등록 2025/08/26 17:22:52 최종수정 2025/08/26 18:44:24

우크라, 북부 습지 만들어 러군 기갑 저지

폴란드·핀란드 등, 동부 습지 조성 고심

늪 조성시 '탄소배출 감소' 부수 효과도

[조지아(미국)=AP/.뉴시스]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 방어와 기후 변화 대응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동부 일대 습지 복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2년 3월30일 미국 조지아주 오케페노키 국립공원의 늪지대 모습. 2025.08.26.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 방어와 기후 변화 대응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동부 일대 습지 복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폴리티코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국가들은 추후 러시아 침공 우려를 대비해 우크라이나의 늪지대 조성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침공하자 우크라이나는 키이우 북쪽 20㎞ 지점의 이르핀강 댐을 방류해 북부를 늪지대로 만들었고, 이것이 러시아군 기갑 전력 침투를 어려워지게 만들어 수성에 일조했다.

빅토르 케블리우크 우크라이나 국방전략센터 연구원은 FT에 "적은 키이우로 직접 진격하는 대신 다른 경로를 찾거나 지연을 강요당했다"며 "물과 늪이 대전차 참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프로이센의 군사 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도 '습지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나토 최전선국 폴란드는 재정 100억 즐로티(3조8000억여원)를 투입해 지난해 시작한 동부 국경 요새화 사업에 '국경 지역 습지 형성 및 산림 조성' 항목을 포함시켰다.

러시아와 직접 마주한 핀란드 여당 국민연합당 소속 파울리 알토-세텔래 의원은 "동부 국경에는 기후를 위해, 그리고 (러시아군) 통과를 최대한 어렵게 만들기 위해 복원해야 할 훌륭한 구역이 많다"며 습지 복원 촉구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역시 러시아 접경국인 에스토니아의 크리스텐 미할 총리는 "국경에 늪이나 습지, 호수 같은 자연적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은 도움이 된다"며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농경지를 늪지대로 조성하면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부수효과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물기를 머금은 늪지대에서는 유기물 분해가 중단돼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데, 경작을 하기 위해 배수를 하면 분해가 시작돼 탄소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2030년까지 훼손된 습지의 30%를, 2050년까지 50%를 복원해야 하는데,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늪지대 조성에 나설 수 있다고 외신은 본다.

네덜란드의 늪지대 전문가 한스 요스텐은 FT에 "(늪지대 복원은) 방위력 강화와 함께 기후, 생물 다양성, 물 공급 등 다른 혜택을 준다"고 했다.

다만 광범위한 늪지대 조성에는 위험 부담도 따른다.

지난 3월에는 리투아니아에서 훈련 중이던 미 육군 장갑차량이 늪지대에 가라앉으면서 미군 4명이 숨지기도 했다.

독일 국방부는 "순전히 군사적 목적으로만 물을 채우는 것(늪지대 조성)은 장단점이 모두 있다"며 "정부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고 신중론을 폈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정부도 이미 존재하는 습지대는 대러시아 장애물로 활용하되, 늪지대 복원까지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농민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폴리티코는 "폴란드 습지의 85%는 작물을 심기 위해 물을 빼면서 훼손됐다. 농경지를 다시 습지화하는 데 대한 보상과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폴란드 생태학자 견해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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