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뮷즈 사러 오픈런"…'국중박' 열풍에 소상공인 함박웃음

기사등록 2025/08/24 05:01:00 최종수정 2025/08/24 16:22:51

상반기 뮷즈 매출액 114억원 기록

정기 공모는 34.6대1 경쟁률 기록

'힙트레디션'과 '케데헌' 흥행 영향

"공공 기관과 바람직한 상생모델"

[서울=뉴시스] 터치포굿의 댕기 스크런치. (사진=터치포굿 제공) 2025.08.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제가 만든 댕기 스크런치(머리 끈)를 하고 있는 외국인을 공항에서 우연히 봤어요. 차마 사진을 찍을 순 없었지만 정말 신났던 날이라 잊을 수가 없어요."

3수 끝에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 뮷즈샵에 입점한 박미현(39) 터치포굿 대표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얼마 전 선보인 키링은 오픈 2시간 만에 매진됐고, 한 달에 한 번이던 주문 주기는 주 1회로 짧아졌다. 식을 줄 모르는 '국중박 뮷즈(뮤지엄+굿즈·문화유산을 활용해 만든 박물관 상품)' 열풍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24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뮷즈 매출액은 114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넷플릭스 K팝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개봉 직후인 지난 7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180% 폭증한 49억원 어치가 팔렸다.

3년 전 처음 탄생한 뮷즈는 첫해인 2022년 매출 116억9200만원을 기록했고, 공모 주제 및 범위가 확대된 2023년 149억7600만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212억8400만원)에는 200억원을 돌파했다.

뮷즈가 되기 위해선 연1회 시행되는 '뮷즈 정기공모'를 통과해야 한다. 서류·견본접수 절차를 거치는데 올해는 90점 선정에 3114점이 지원해 34.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인 8.45대1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에서 관람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08.24. 20hwan@newsis.com
뮷즈는 한국 문화 홍보라는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등용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대량 생산되는 기성품과 달리 뮷즈는 수작업이 많고 소규모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작은 회사다 보니 전시회에서 설명할 때 사람들이 예뻐 보이긴 하는 데 괜찮을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때마다 뮷즈라고 하면 저절로 검증이 되는 효과가 있다. 제대로 상품을 만드는 회사일 것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덕분에 사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했다.

10년째 국립중앙박물관에 납품하고 있는 양학모(40) 라임코리아 대표는 "처음에는 볼펜, 샤프 밖에 팔지 않았는데 지금은 품목이 10가지로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이 두 배 정도 늘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양 대표는 "뮷즈가 되면 마케팅적 효과도 높고 수수료 대우도 잘해준다"며 "이쪽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다들 잘되고 있으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처음 공모를 통과한 윤보라(44) 윤이스튜디오 대표도 기대감에 부풀어있긴 마찬가지였다. 윤 대표는 "사실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는 공모가 별로 없는데 뮷즈는 개인도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다. 저처럼 사업이 처음인 사람에겐 소중한 기회"라면서 "케데헌이 성공하면서 '국중박이 어디있냐'고 묻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아졌다. 매출이 무조건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뮷즈가 공공기관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간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일반 상품과 다르게 박물관과 연계된 문화 상품이라는 희소성도 있고 공모 절차를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제품에 대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이 관람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08.24. 20hwan@newsis.com

뮷즈 열풍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힙트레디션(Hip Tradition)'이 꼽힌다. 힙트레디션은 전통문화를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열광하고 즐기는 문화 현상을 의미한다.

힙트레디션에 케데헌 흥행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국중박 누적 관람객은 407만명(8월20일 기준)을 돌파했다. 지금 추세라면 한해 최다 관람객 기록 경신은 확실해 보인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박물관'을 떠올리면 사실 좀 딱딱한 느낌이 있고, 기존 굿즈들은 재미없는 기념품 정도였는데 요즘은 저도 사고 싶어질 정도"라면서 "소비자들이 단순히 소유를 넘어 물건을 통해 본인 정체성,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는 '상징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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