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멈추지 않는 대구 '사랑해밥차'…"감사 한마디에 더위 잊어"

기사등록 2025/08/21 13:43:22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21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밥차 무료 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그늘에서 부채 등으로 더위를 식히며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08.21.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어르신들의 감사하단 말 한마디에 더위가 싹 가셔요."

폭염경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한편에 마련된 '사랑해밥차' 무료 급식소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한 자원봉사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무더위에 준비 과정이 쉽지 않지만, 어르신들과 장애인분들이 맛있게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봉사자들도 서로 얼음물을 챙겨주며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무료 급식소에는 자원봉사자 50여명이 뜨거운 햇볕 아래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배식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봉사자들은 오전 11시50분부터 시작되는 배식시간 전까지 음식 준비를 마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나와 식재료를 손질하고 밥을 짓느라 분주했다.

뜨거운 불 앞에서 국을 끓이고 무거운 솥을 나르느라 이마와 등에 흐르는 땀이 멈출 새 없었지만, 서로 격려의 말을 나누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21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밥차 무료 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그늘에서 부채 등으로 더위를 식히며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08.21. lmy@newsis.com
급식소 한쪽에는 봉사자들이 더위를 식히며 쉴 수 있도록 천막과 선풍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매섭게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요리 시 발생한 열기로 인해 얼굴과 팔, 목 등에 흐르는 땀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영택(64)씨는 "여름에 차 안에서 요리하면 현기증이 난다"며 "그럼에도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것은 내게 건강한 몸이 있기 때문 아니겠나. 봉사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한 봉사자는 "무더위 속 힘들 때도 있지만, 매번 '다음 주에도 꼭 와야지'라는 마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며 웃었다.

육보이(56·여) 무지개봉사단 총무는 "보통 오전 8시30분쯤 현장에 와서 1000인분 정도 준비하고 배식이 끝나면 오후 2시쯤 된다"며 "힘들지만, 모든 일정이 끝나면 항상 뿌듯하기에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무더위가 심해서 그런지 여름철 자원봉사자가 많이 줄어 힘들다"며 "봉사하고 나면 맘이 편하고 일이 잘 풀린다. 가능하신 분들은 많이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웃으며 당부했다.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1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한편에 마련된 '사랑해밥차'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배식하고 있다. 2025.08.21. k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무더위를 뚫고 급식소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이 땡볕에 줄을 서지 않도록 그늘막과 의자를 마련해 두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는 음식을 직접 배달했다.

한 노인은 "혼자 사니 밥 한 끼가 늘 걱정인데, 이렇게 따뜻하게 챙겨주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전했다.

밥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운영되며 어르신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무료로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한다.

2004년부터 21년째 무료 급식을 이어 오고 있는 사랑해밥차에는 하루 평균 1000여명, 많게는 1300여명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진(67) 사랑해밥차 대표는 "경기가 나빠져 급식소를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후원은 줄어들어 힘든 상황"이라며 "후임자가 없는 것도 걱정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 운영을 그만두면 급식소가 문을 닫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봉사하기에 힘든 날씨도 있다. 그러나 시민들과의 약속이니 덥든지 춥든지 계속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뉴시스] 이상제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1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한편에 마련된 '사랑해밥차'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8.21. k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기상청은 이날 대구 지역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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