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베트남전 '하미 학살' 조사 각하
1·2심 "진화위의 조사 각하 결정은 적법"
피해자 "韓 재판부 피해자에 무감…실망"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사건 중 하나인 '하미 학살'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1-1부(부장판사 최수환·윤종구·김우수)는 13일 하미 학살 사건 피해자·유가족 응우옌티탄씨 등 5명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제기한 진화위 신청 각하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을 마친 뒤 원고 측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원고 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지난 6월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원고 중 한 명인 응우옌씨가 출석해 3기 진실화해위가 만들어지면 진실규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 재판부가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추정된다 해도 진실 규명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오늘 선고로 대한민국의 과거사 청산 본질은 피해자가 자국민일 경우에만 작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과 비판을 감내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고 측 대리인단은 피해자와 협의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에 있는 응우옌씨는 화상 연결에서 "오늘 선고 결과를 듣고 너무나 실망했고, 슬펐다"며 "저는 재판부가 우리 피해자들에 대해 무감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이런 판결을 내린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심경을 밝혔다.
'하미 학살' 사건은 지난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마을에서 전투 중이던 국군이 민간인에 총격을 가한 사건이다.
응우옌씨 등 하미 학살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은 2022년 4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2기 진실화해위는 이듬해 5월 하미 학살 사건에 대한 조사 여부를 표결에 부치고 4대 3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다수 위원은 이 사건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 규정한 '권위주의 통치 시기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지 않아 조사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봤다.
과거사정리법 제2조4항은 '1945년 8월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 의혹 사건'으로 조사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김광동 당시 진실화해위원장은 "외국에서 발생한 전쟁 중에 있었던 사건은 원칙적·일반적으로 국가간 외교적 협정 혹은 외교 사안으로 처리돼야할 일"이라며 "현재 우리 법상 외국에서 있었던 외국인의 인권침해 관련 사건을, 더구나 전쟁 중에 있었던 것까지 진화위법이 포괄한다고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응우옌씨 등 피해자와 유족은 "과거사정리법에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사건'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지난해 6월 진실화해위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과거사정리법) 입법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이 침해된 경우 이에 대한 진실규명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조사 대상에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목적과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진실규명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법 효력이 미치는 영토적, 인적 한계로 인해 그 조사나 진실규명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고 외교적 갈등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 피해자 측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 항소심에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