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부도 위기'는 넘겼다…"수습 잘해도 상처"

기사등록 2025/08/11 11:11:01 최종수정 2025/08/11 16:32:24

부도 10일 앞두고 DL 수습책 논의

이해욱 '디폴트' 발언에 의지 의심

내부에서도 "못 벌 땐 타회산가"

[여수=뉴시스] 여천NCC가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여수시 제공) 2025.05.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여천NCC의 양대 합작사 중 한 곳인 DL이 자금 지원 방안 쪽으로 논의를 다시 하면서 여천NCC가 일단 최악의 부도 위기는 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불황 속에서 양대 합작사 입장차가 노출된 것은 여천NCC에게 상흔으로 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적으로 지난주만해도 한화 측은 여천NCC에 자금을 더 투자한다는 입장이었고, DL은 더이상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상반된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여천NCC는 두 차례나 자금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유동성이 악화했고, 직원 불안감도 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의 부도 위기가 알려진 후 회사에는 거래 상대방들의 진위 여부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는 최근 지분을 50%씩 들고 있는 한화와 DL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한화는 자금 지원을 결의했지만, DL 측이 워크아웃을 거론하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여천NCC에 제품을 공급하던 전방산업 기업들과 벨류체인 후방에 있는 고객사, 협력 업체 등의 불안감이 크게 확산됐다.

DL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자금 지원을 논의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해욱 회장이 한화와 회의에서 "내가 만든 회사이지만 신뢰가 안 간다"며 "디폴트에 빠져도 답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이 외부로 알려지며 DL의 경영 의지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특히 화학 산업 부진이 장기화하면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여천NCC는 올초에도 한화와 DL으로부터 한 차례 자금 지원을 받은 바 있다.

부도 위기를 단 10일 앞두고 자금 지원이 결정됐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경영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단 여천NCC는 이번에 자금 지원을 받으면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 몰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 자체가 내상을 입은 것이라고 본다. 이 회장의 '디폴트'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치명상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여천NCC 내부에서도 불안감과 불만을 표출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여천NCC는 합작 후 25년간 4조원4000억원을 배당한 알짜 회사다. 한화와 DL이 2조2000억원씩 나눠 받은 것인데, DL 측이 최근 석유화학업종이 불황에 직면하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린다.

직원들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저희(여천NCC)도 엄연히 DL 계열사고, 대표이사도 DL 측 인물"이라며 "(돈을) 잘 벌 땐 자회사고, 못 벌 땐 타회사인가"라는 글에 공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 상황이 유독 좋지 않았다는 것이 석유화학업계의 분위기"라며 "DL이 강수를 둔 것은 추후 자금 지원을 더 보수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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