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전고체전지 안전성·에너지밀도 획기적 향상 성공

기사등록 2025/08/11 09:00:00

남기훈 박사팀, 금오공과대 박철민 교수팀과 협력

리튬금속 음극·고체전해질 간 계면 불안정성 해결

실용화 수준 파우치셀 전고체전지 제작·검증 마쳐

[창원=뉴시스]한국전기연구원(KERI)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 남기훈 박사(왼쪽)와 김가람 연구원(UST 석사과정 졸업)이 중간층을 만드는 롤프레스 장비 앞에서 '리튬 메탈 중간층 적용 전고체전지 음극 소재' 성과물을 선보이고 있다.(사진=KERI 제공) 2025.08.11. 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홍정명 기자 = 경남 창원에 본원을 둔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 남기훈 박사팀이 전고체전지의 안전 및 안정성 확보를 넘어 에너지밀 도를 높이고 극판 면적도 크게 높일 수 있는 획기적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KERI에 따르면, 최근 리튬이차전지 업계에서는 음극 소재로 기존 상용 흑연 대신 이론적으로 흑연보다 10배 이상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리튬금속을 사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러나 리튬금속은 충전과 방전 과정에 표면에서 가지처럼 뾰족하게 자라나는 '수지상 결정(dendrite)'이 형성되면서 전극 간 단락(쇼트)을 일으키고 전지 수명을 크게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액체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금속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고체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전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특히, 리튬금속과 고체전해질 사이의 불안정한 접촉면(계면)에서 화학적 반응이 쉽게 일어나고, 이는 전지의 안정성과 성능을 크게 제한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현재 전문가들이 고가의 코팅기술을 도입하거나 복잡한 구조설계를 진행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실험실 수준에만 머무르고 대면적 실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남기훈 박사팀은 '중간층(Interlayer) 기술'을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리튬을 저장할 수 있는 삼원계 화합물(Li2ZnSb)을 활용해 중간층을 설계한 뒤, 이를 얇은 막 형태로 코팅하고 리튬금속 음극 위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전사(transfer printing)' 공정이다.

이 중간층은 리튬금속과 고체전해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며, 계면의 화학적 불안정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관련 연구는 중간층 물질의 선택부터 코팅, 전사, 접합 공정 등 전 과정에서 반복적인 실험과 공정 최적화가 필요했고, 초기에는 계면 불균일성과 재현성(reproducibility) 확보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KERI는 금오공과대학교 박철민 교수팀과 협력을 통해 소재의 리튬 저장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창원=뉴시스]한국전기연구원(KERI)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 남기훈 박사 팀이 리튬금속 음극 및 전고체전지 사이에 '중간층'을 도입한 기술(오른쪽)과 기존 기술의 성능 비교. (사진=KERI 제공) 2025.08.11. photo@newsis.com
그 결과, 남기훈 박사팀은 개발한 중간층 설계 기술로 리튬금속 및 고체전해질 간 계면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로 파우치셀 구조의 전고체전지까지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낮은 가압 조건(2MPa)에서 250사이클 동안 92% 이상의 용량 유지율과 320Wh/㎏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하는 등 전지 성능 검증도 마쳤다.

이는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용화 수준의 전고체전지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획기적 성과로 주목 받고 있다.

연구 성과 논문은 미국 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가 발행하는 세계적 학술지 'ACS Energy Letters'에 게재됐고, 논문 수준을 평가하는 Impact Factor는 18.2로, 해당 분야 상위 4.1%에 속한다.

이번 연구는 KERI 기본사업 및 글로벌탑전략연구단(GT-3) 과제를 통해 진행됐으며, 개발한 기술은 특허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KERI는 산학연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제 상용 전지 제조 공정에 적합한 기술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면적 파우치셀 수준에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장기적 성능평가 및 공정 최적화 연구를 병행하여 전고체전지의 조기 상용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KERI 남기훈 박사는 "리튬금속 음극 보호를 위한 중간층 설계는 물론, 전사 공정 기반의 대면적 확장 가능성까지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KERI 최정희 전지소재·공정연구센터장은 "전고체전지 성능의 핵심인 계면 안정화를 통해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하윤철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고에너지 밀도와 장수명, 안정성이 요구되는 미래 모빌리티 및 에너지 저장장치(ESS) 산업에서 우리의 기술을 크게 주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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