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폭파하겠다' 협박글 게시자 촉법소년으로 확인
온라인서 "촉법소년 연령 과감히 낮춰야" 비판 거세
전문가들, 처벌보단 교육·교화 우선시 강조…"낙인 우려도"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오후 3시, 백화점이 폭파된다'는 내용의 협박글을 게시한 이는 중학생 A군으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협박글로 당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경찰특공대가 대거 투입되고 백화점 이용객과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 형사 미성년자인 이들은 소년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보호관찰·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범인이 촉법소년으로 밝혀지자 온라인 상에서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었다. 한 온라인 카페에서 A씨는 "촉법은 10세 이하가 맞는 것 같다. 본인이 처벌을 받지 않는 걸 알고 저러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B씨도 "법조계에서 이제는 하루빨리 촉법소년 연령을 과감히 낮추는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촉법소년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제공한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면 ▲2020년 9606명 ▲2021년 1만1677명 ▲2022년 1만6435명 ▲2023년 1만9653명 ▲2024년 2만814명 등으로 늘었다. 올해 역시 6월 기준 1만여명을 넘어섰다. 5년간 범죄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절도(49.3%)와 폭력(23.92%)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앞서서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해 청소년들 사이 딥페이크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기준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기준을 현재보다 낮추는 것은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봤다. 촉법소년도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에 추가적인 처벌에 대한 논의보다는 교육·교화 기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성년자는 근로나 투표 등 여러 행위에 대해 법으로 제한이 되는 나이인데 범죄에 대해서만 성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교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법시스템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소년법은 처벌보다 교육·교화에 방점이 있으며, 소년의 환경을 조정하는 것을 그보다 먼저 두고 있다. 그 현재 사법시스템은 이미 보호처분하는 소년들에 대해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 상태"라며 "소년보호처분 집행 기관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년보호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보호관찰 역시 관찰관 당 담당 인원 수가 많아 제대로 된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호관찰이 효과가 있으려면 관찰관 1명 당 30명 정도를 관리해야 하지만 현재는 100명이 넘는 수를 관리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처벌도, 보호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짚었다.
교화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면, 앞으로의 삶에서의 '낙인 효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교수는 "자기 스스로의 낙인, 타인으로부터의 낙인으로 인해 삶에서의 걸림돌이 되고, 반발심도 생길 수 있다"며 "이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교육하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