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도시:태양에 녹아드는 바다' 개막…"비디오 몰입의 시대"

기사등록 2025/08/07 16:10:45

미디어 아티스트가 탐구한 '비디오 몰입'

백남준, 강이연, 구기정, 권혜원, 염인화

'백남준의 도시:태양에 녹아드는 바다' 포스터(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비디오 몰입'의 시대, 비디오가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초월적 경험은 무엇인가."

백남준과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탐구한 '비디오 몰입'을 조명하는 전시 '백남준의 도시:태양에 녹아드는 바다'가 7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구기정, 권혜원, 염인화의 작품을 선보인다.

백남준은 1972년 '빙햄튼에서의 편지'에서 말이나 글로 기록된 '히스토리(history·역사)'를 넘어 비디오로 기록되는 세계 '비디오리(videory)'를 제시했다. "더 이상 '역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이미지리(imagery)' 혹은 '비디오리'만 존재한다"는 말을 통해 비디오로 기록되는 세상을 예견한 것이다.

전시는 비디오를 통해 '시공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백남준을 시작으로, 미디어의 다층적 시공간을 예술로 구현한 동시대 작가들을 조명한다.

전시 제목인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는 아르튀르 랭보의 시 '영원'에서 가져온 표현으로, 백남준이 꿈꿨던 '비디오로 연결된 삶'을 표현한다. 백남준은 이 시구를 통해 비디오 특유의 비선형적 시간 감각을 시적으로 포착했다.

백남준, <M200>, 1991, 300 x 960 x 50cm, CRT TV 모니터 86개, 2-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한국렌탈주식회사 소장품(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백남준의 '촛불TV'와 'M200'이다. 백남준은 196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형식의 대형 멀티 텔레비전 설치를 통해 비디오가 만들어내는 시공간 가능성을 탐구했다.

'촛불TV'는 텔레비전 내부를 비워버린 철제 케이스 안에 촛불 하나를 켜놓은 작품이다. 백남준이 1963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실험 텔레비전이 내부 회로를 변형시켜 왜곡된 이미지를 보여줬던 것과 달리 '촛불TV'는 내부를 완전히 비워 극단적으로 단순한 구조를 보인다.

'M200'은 86대의 CTR 텔레비전을 수직·수평으로 배열한 작품으로, 1991년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모차르트의 연주 이미지, 음악, 피아노, 메트로놈, 악보 등을 그래픽 효과로 시각화하고 '굿모닝 미스터 오웰' '세계와 손잡고' '머스 바이 머스 바이백' 주요 푸티지를 포함한 두 채널 비디오를 보여준다.

염인화의 '솔리소닉 밴드'는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한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로, 관객은 증강현실(AR) 기반의 밴드 스탠드를 통해 '밴드리드' 역할을 맡아 리허설에 참여할 수 있다.
 
염인화, <솔라소닉 밴드>, 2024(2025), 가변 크기, 3D 퍼포머티브 장치-환경(PC기반 가상현실, 모바일 증강현실, 제작 악기), 19분 45초, 스테레오 사운드(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권혜원은 입체시 3D 단채널 비디오 '더블 비전'을 통해 현대인에게 과도한 몰입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관점과 인식에 매몰되지 않고 감각적 구조로부터 탈주할 가능성을 되찾길 제안한다.

구기정은 여러 대의 커스텀 모니터가 설치된 대형 스테인리스 구조물을 토양과 살아 있는 식물로 둘러싼 작품 '투명성 렌더링 장치'를 선보인다. 자연과 기계가 뒤섞인 풍경을 통해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실험하는 작품이다.

끝으로 '오픈 서킷 스페이스'에서는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 ▲강이연 '배니싱' ▲구기정 '투명성 시각 풍경' ▲권혜원 '우로 보로스 엔진' ▲염인화 '솔라소닉 밴드(Inst.)' 등을 360도 스크린 프로젝션을 통해 완전한 오디오 비주얼 몰입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비디오로 재구성된 세계로,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으로 얽힌 지금의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의 도시'는 이중적인 뜻을 가진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위치한 용인특례시를 '백남준의 도시'로 설정하기도 하고, 동시에 온 지구가 미디어 환경의 도시이기 때문에 '백남준의 도시'가 펼쳐있다는 뜻도 담았다. 최첨단 미디어 기술을 기반으로, 백남준아트센터와 포은아트홀을 스크린 삼아 '백남준의 도시'를 구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용인특례시가 '용인특례시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사업의 하나로 지난 3월 체결한 업무 협약에 따라 공동으로 추진됐다. 10월19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되며 10월20일~12월31일 백남준아트센터 야외 미디어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후 용인포은아트홀 야외에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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