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어머니·여동생 흉기 위협한 父
1심 "살인에 대한 강한 고의" 징역 10년
2심 "우발적 범행…깊은 후회·반성" 감형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2017년 필리핀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국내에서 재판에 넘겨진 아들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6년으로 감형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지난달 9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중학교 중퇴 후 부모, 여동생과 필리핀으로 떠나 현지에서 거주하다 성인이 된 이후 가족들과 함께 미용실을 운영했다. 이후 추가로 식당과 카페 개점을 위한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다.
그의 부친 B씨는 2017년 10월 인테리어 공사의 자재 선택 및 공사 지연에 관해 전화통화를 하다 화가 나 자택에 가서 A씨에게 폭언을 하며 뒤통수를 때렸다.
이후 딸에게 폭언을 하고 얼굴을 1회 때린 뒤 이를 말리는 아내에게 "애들을 이렇게 키웠으니 너가 죽어야 한다"며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위협했다.
이에 A씨는 흉기를 빼앗으려 실랑이하다 양쪽 팔이 베이자 화가 나 주방에 있던 프라이팬으로 B씨의 뒤통수를 내리쳐 바닥에 쓰러지게 하고 집 안에 있던 빨랫줄로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필리핀 사법당국은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국내 수사기관은 2018년 A씨를 기소해 재판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목을 조른 사실은 인정하지만 모친과 여동생을 흉기로 찌르려는 B씨의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설령 방어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B씨가 생명을 위협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해 나온 행위이므로 불가벌적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1심은 A씨가 빨랫줄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방위행위의 한도를 넘는 것이어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은 "부자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생명을 침해하는 방어행위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엄격한 요건 아래 허용된다"며 "살인에 대한 강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는 바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존속살인은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윤리의식에 배치되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는 사망에 이를 때까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A씨의 모친과 여동생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그러나 2심은 부친이 평소에도 가족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언어 폭력을 행사한 점, 가족의 불만이 누적된 점,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양형 요소로 참작하고 징역 6년으로 감형했다.
2심은 "피해자가 유발한 가정폭력 상황에서 당황하고 격분한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이 사건 범행 이후 깊은 후회와 반성으로 수년을 보내왔고 이 법원에서 평생 피해자에게 속죄하며 남은 가족을 잘 돌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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