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치핵·변실금' 숨길 일?…"초고령사회 인식개선 필요"

기사등록 2025/07/29 15:58:55

정순섭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강연

"고령층 변비∙치핵∙변실금, '치료할 병'"

'대장내시경'만이 조기 진단·치료 수단

[서울=뉴시스]정순섭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29일 서울 중구 상연재 시청역점 컨퍼런스룸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2025.07.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대장항문 질환이 노년기의 주요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창피하다’는 인식과 검진에 대한 두려움이 고령층의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순섭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29일 서울 중구 상연재 시청역점 컨퍼런스룸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미디어 아카데미의 강연자로 나서 "항문∙대장 증상을 부끄럽게 여기는 노인들의 심리는 검진 회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치료 시기를 놓쳐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며 "대장항문 질환의 인식 개선과 공감 중심의 의료현장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고령 인구의 증가로 대장암을 비롯한 변비, 치핵, 변실금 등이 급증하고 있지만 대장항문 질환의 사회적 인식 탓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변실금을 겪고 있는 인구가 1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들 환자가 겪는 사회적 어려움으로 ‘외출이 어렵다’(32.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냄새 문제’(21.8%), ‘사회생활이 어렵다’(16.8%) 등이 뒤따랐다. 변실금이 심리적 위축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며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쓴 것이다.

비교적 가벼운 질환으로 여겨지는 변비도 고령층에선 변비약 남용으로 장 기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 균형을 파괴하고 인지 기능까지 떨어뜨릴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 이사장은 특히 고령층의 변비 약물 남용이 많은 이유로 “노인들은 평균 12.4개 이상의 약물 중 70% 이상이 동일 효과의 중복 처방을 받는데 여기에 변비약도 자주 포함된다”며 “또 반복적인 변비 증상으로 의사와 상담 없이 약물을 복용하거나 파킨슨병, 치매에 사용되는 복합약물로 변비를 느끼면 즉시 변비약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년기의 대장항문 질환을 ‘부끄러운 병’이 아닌 일상적인 건강 이슈로 접근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의료현장에서는 모바일 앱이나 영상을 통한 사전 교육으로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고 디지털 인포그래픽, QR코드 활용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대장내시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장내시경만이 유일한 조기 진단 방법이자 즉시 제거할 수 있는 치료 수단”이라면서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이 완치 가능한 병이지만 고령층에서는 출혈이나 변비 등의 전형적인 증상보다 묵직함, 복통, 빈혈 등 비특이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