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 눈물에 비하면 폭염 쯤이야…" 청주 수해 복구 현장[르포]

기사등록 2025/07/24 15:30:26 최종수정 2025/07/24 21:02:23

시청 공무원 20여명, 오송읍 호계리서 수해 복구

폭우로 비닐하우스 8개동, 애호박 3500포기 잠겨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충북 청주시청 공무원들이 24일 흥덕구 오송읍 호계리의 한 애호박 농가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7.24. juyeong@newsis.com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저희야 땀 좀 흘리면 될 일이지만, 농장주들은 눈물을 흘리고 계세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24일 오전 7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호계리의 한 애호박 농가. 지난 16~17일 300㎜ 이상 쏟아진 폭우로 비닐하우스 8개동이 물에 잠기면서 큰 피해를 봤다.

청주시 농업정책국·청주랜드관리사업소 소속 직원 20여명이 80m에 달하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진흙 범벅이 된 애호박 줄기를 밖으로 끌어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갯벌처럼 변한 바닥 위로 애호박 줄기들이 어지럽게 나뒹굴었다.

진흙더미에 발이 푹푹 꺼지면서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일이 됐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충북 청주시청 공무원들이 24일 흥덕구 오송읍 호계리의 한 애호박 농가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7.24. juyeong@newsis.com

이른 오전에도 강력한 햇빛이 내려쬐면서 바람조차 통하지 않는 비닐하우스 내부는 35도를 넘나들었다.

땅에 끌리는 애호박 줄기에서 흙먼지가 일어나 작업자의 숨을 더욱 옥죄었다.

김병태(48) 시 친환경농업팀장이 애호박 줄기를 끌어와 공터에 내던졌다. 거친 숨소리가 마스크를 뚫고 나왔다.

"줄기가 진흙이랑 엉켜 천근만근이네요. 다른 줄기와도 서로 얽혀 있어 힘이 몇 배는 더 들어갑니다. 흙먼지 때문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숨이 턱턱 막히네요."

작업 30분 만에 김 팀장의 바지는 진흙투성이가 됐고, 상의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1시간가량 지나자 공터에는 애호박 줄기들이 성인 가슴 높이만큼 수북하게 쌓였다. 그제야 직원들은 물 몇 모금을 마시고 옆 비닐하우스로 발길을 옮겼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호계리의 한 애호박 농가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던 시청 공무원이 세수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07.24. juyeong@newsis.com

이들이 작업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수재민의 일상 복귀를 위함이다. 이날 수해 복구 작업은 3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박지희(35·여) 농산지원팀 주무관은 "저희는 하루 잠깐 힘든 거지만, 피해 농장주는 한동안 정신 없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을 도왔다"고 했다.

농장주 박종규(72)씨는 이번 수해로 8월 초까지 수확하려던 애호박 3500포기가 침수돼 2000만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그는 시 직원들이 정리해 준 비닐하우스 8개동의 내부를 소독한 뒤 8월 말 이곳에 애호박 모종을 파종할 예정이다.

박씨는 "이번 도움이 없었으면 파종 시기가 더 늦춰질 뻔했다"며 "아내와 둘이서 어떻게 복구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덕분에 9월 말부터는 수확이 가능할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충북 청주시청 공무원들이 24일 흥덕구 오송읍 호계리의 한 애호박 농가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7.24. juye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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