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담당자가 '또라이들이 신고해' 발언"
병원 "비난성 언행? 주관적으로 해석 가능"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A씨는 24일 뉴시스에 "제가 소속된 병동에서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일명 태움)을 겪으며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고 있어 외부의 개입과 보호를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A씨는 고성, 비난, 반복적·모욕적 폭언 등 피해를 겪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 부서는 형식적인 위로 말고는 어떠한 조치 사항도 없었고 오히려 일부 관계자들은 '그 정도는 다 겪는다', '적응 못하면 그만두는 게 낫다'는 식으로 사실상 사직을 종용하는 말을 해 정신적으로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2차 가해까지 발생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그는 "피해자인 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성 발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건 후 서울의료원 안에 감정노동위원회 등 기구가 설치됐지만 이 기구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과거에도 서울의료원에서 운영하는 감정노동위원회에 여럿이 익명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 신고 사실이 병동 내부로 퍼졌고 '괜히 찔러서 분위기만 안 좋아졌다'는 식의 반응이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로 인해 구성원들이 신고 이후 오히려 낙인찍히고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시간에는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까지 있었다고 A씨는 밝혔다. 그는 "심지어 병원 내에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시간에 교육 담당자로부터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발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 담당자가 "요즘은 또라이들이 신고한다더라", "신고하는 애들은 자기가 모자라서 그런 건데 자기도 그걸 모른다", "그건 자기가 바보라고 떠드는 거다" 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이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신고자를 조롱, 비하하고 낙인 찍는 2차 가해 행위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당시 교육을 들은 많은 직원들이 침묵 속에서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료원 내 태움 문화가 여전하다고 A씨는 꼬집었다. 그는 "서지윤 간호사의 안타까운 사건 이후 서울의료원은 공식적으로 태움 문화 근절을 선언했지만 지금의 저는 그 다짐이 형식적인 약속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병원 내 고충 처리 체계는 무력하며 방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는 서울의료원을 향해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가해자에 대한 분리 조치, 진상 조사 및 징계 즉시 시행 ▲병동 내 괴롭힘 구조를 조사하고 전체 인력 순환 배치 검토 ▲신규 간호사 교육 시스템 전반 개선 및 실질적인 보호 제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료원은 A씨의 주관적인 판단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료원은 간호사 교육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의료원은 "비난성 언행이라 제시한 표현은 실제 비난성 언행인지 판단이 필요하다"며 "입장과 뉘앙스에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경우 와전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고성, 비난, 반복적 모욕적 폭언이라고 표현된 부분은 언행의 상황과 분위기, 말투와 뉘앙스 등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의료원은 서지윤 간호사 사건 이후 태움을 근절하기 위한 내부 절차를 세밀하게 만들어 놨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료원은 "정식 신고(신고서) 접수가 되면 필수적으로 정식 조사를 개시하며 정식 조사 실시와 함께 피신고인과의 분리 조치(근무 장소 또는 근무 스케줄 변경, 필요 시 유급 휴가 부여 등)를 반드시 시행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해당 조치 진행 시에도 신고인의 의사를 적극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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